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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고흥 석류

입력 | 2013-10-15 03:00:00

찬바람에 톡… 알알이 새콤달콤 해 품은 붉은 보석
해풍 맞고 자란 고흥석류 맛-향기 탁월 “폐경기 우울증-홍조 개선… 항암효과”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숱한 발견으로 파열한/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석류’ 중에서)

여름철 강렬한 햇볕을 한껏 품었던 석류는 10월이 되면 겉껍질이 터지며 붉은 속살을 드러낸다. 높아진 가을 하늘과 대비돼 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인 과일이다. 석류는 미인들의 과일로 불린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미인의 대명사인 중국 양귀비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도 석류를 즐겨 먹었다고 전한다.

석류나무는 최적 생육 온도가 평균 20도인 아열대 과수로 10월에 제철을 맞는다. 옥수수 알갱이 같은 석류의 속살을 베어 물면 풍성한 과즙이 흘러나와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석류의 맛은 단맛, 신맛 등 다양하지만 국내에선 상큼하면서도 단맛이 주류를 이룬다.

석류 알갱이(씨 포함)에는 여성 호르몬 전 단계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포함돼 있다. 나양기 전남도 농업기술원 연구관은 “석류는 폐경기의 우울증과 홍조의 개선 효과와 항암 효과 등이 있다는 것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류는 8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기와에 석류 열매가 새겨져 있었다. 조선시대 석류나무는 대궐이나 양반 집에 한두 그루씩 심어져 있었다. 당시 석류나무는 열매와 잎이 작아 주로 조경수 역할을 했으나 남쪽에서 재배된 것은 과일 역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정조 때 발행된 책자인 공선정례에는 전남 고흥에서 재배된 석류가 과일로서 진상됐다고 적혀 있다.

아열대 과수인 석류가 국내에서 과일로서 본격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이다.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도록 종자 개량이 이뤄졌고 새 품종이 외국에서 수입됐다. 이들 석류나무는 전남 고흥반도에 많이 심어졌다.

고흥의 기후와 토양은 석류 재배에 국내 최적지로 꼽힌다. 고흥의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전국 평균보다 0.3도 높다. 연평균 일조량은 2375시간으로 전국 평균보다 241시간이 많다.

고흥 토질은 또 물 빠짐이 좋은 사질토 황토여서 석류 재배에 적합하다. 766km²에 달하는 고흥반도는 삼면이 바다여서 항상 해풍이 불어온다. 류인석 고흥군 농업기술센터소장은 “온화하고 늘 해풍을 쐬는 고흥에서 재배된 석류는 알맹이가 톡톡 터지고 향기도 은은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고흥의 지난해 기준 석류 재배 농가는 346곳이고 면적은 130ha, 생산량은 505t이다. 고흥 석류가 전국 생산량의 61.9%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130ha 가운데 50ha는 친환경 재배되고 있다.

15년 전에 고흥군 포두면 3만여 m²에 석류나무 3000여 그루를 심은 이길만 씨(66)는 국립종자원에 고흥석류 1호 묘목 등록을 신청했다. 내년에 등록이 이뤄지면 한국 기후에 적합한 국내산 석류나무가 처음 탄생하는 것이다. 이 씨는 “올해 석류 수매 가격은 kg당 8000원”이라며 “석류는 450∼500g 무게로 배만큼 크고 껍질과 알갱이가 붉을수록 상품으로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고흥군 두원면 송재철 씨(62)는 친환경 재배한 석류를 유럽에 수출하려 하고 있다. 친환경 석류는 kg당 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농민들로 구성된 고흥군친환경석류연구회 등은 30%에 머물고 있는 석류 가공식품 확산을 위해 석류 즙, 가루, 과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고흥군 관계자는 “석류가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수입 물량이 2010년 350억 원이 넘었다”며 “국내 생산이 본격화되면 수입 대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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