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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이 떠있는 섬 따라… 국내 첫 ‘바다둘레길’ 열렸다

입력 | 2013-10-15 03:00:00

통영앞바다 6개섬에 42.1km 개통




배를 타고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길’이 시작된다. 길 옆으로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초록의 원시림이 겹쳐 보인다. 오르막길에서 숨이 가빠올 즈음 불쑥 아찔한 해안 절벽이 펼쳐진다. 탁 트인 바다 너머로 섬들이 점점이 떠있고 화창한 날이면 일본 쓰시마 섬이 자태를 드러낸다.

국내 첫 ‘바다 둘레길’이 15일 개통됐다. 이 길을 걷다보면 이런 풍경을 만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지구를 대표하는 미륵도 한산도 비진도 연대도 매물도 소매물도를 연결한 ‘바다백리길’.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6개 섬의 절경을 둘러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 42.1km를 완공했다.

백리길은 기존 올레길이나 둘레길과 달리 풍광이 빼어난 섬들이 이어져 있어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기는 걷기 코스라는 게 특징. 주민들이 다니던 작은 오솔길을 연결해 걸으면서 섬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연대도의 길목에 걸린 문패를 보면 ‘가장 오래된 밀감나무와 시원한 우물이 있는 백또성아 할머니댁’,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등 개성 있는 문구가 눈에 띈다. 통영의 신선한 해산물과 충무김밥 등 먹을거리도 다채롭다.

시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은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을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란 말로 방문 소감을 남긴 바 있다.

각 코스는 달아길(미륵도), 역사길(한산도), 산호길(비진도), 지겟길(연대도), 해품길(매물도), 등대길(소매물도) 등 별도의 이름이 있다. 각 섬으로 처음에 출발할 때는 통영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면 된다. 또 섬들을 잇는 배편이 섬마다 마련돼 있어 ‘육로-해로-육로’의 환상적인 둘레길이 이어진다.

유일하게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곳은 미륵도 달아길.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달아공원부터 희망봉(230m)과 미륵산(461m)을 거쳐 미래사로 이어지는 14.7km 구간이다. 공단 측은 “구간 별로 소요시간이 다르지만 하루 최대 2개 섬을 둘러볼 수 있다”며 “아직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배편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미리 운항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통영=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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