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용역업체, 광주정부통합센터와 요지경 검은거래
‘광주 정부통합센터 용역은 D사가 쓸어 담는다.’
광주지역 정보기술(IT)업계에서 2, 3년 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었다. 안전행정부 산하에 있는 정부통합센터는 각 정부기관에 흩어져 있던 정보자원들을 모아 국가 차원의 보호체계 구축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2005년 11월 제1통합센터가 대전에 세워졌고 2007년 11월 제2통합센터가 광주에 문을 열었다.
통합센터는 수많은 전산장비와 서버,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장비와 프로그램 유지보수는 외부 IT업체에 용역을 맡기는데 센터가 입찰공고를 내면 지역 IT업체들이 응모하고, 그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용역을 따가는 식이다.
올해 6월경 경찰에 첩보가 입수됐다. “D사가 정부통합센터 공무원들과 입찰 및 용역과정에서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위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정부통합센터와 D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내사하기 시작했다. 뇌물 수수 의혹이 있는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의 휴대전화 및 계좌를 추적했다.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용역 입찰 과정에서 돈과 접대가 오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올해 9월 11일 광주 정부통합전산센터, D사 사무실, D사 대표 문모 씨의 자택 등 11곳에 수사관 28명을 급파해 전격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입찰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다.
그 결과 외견상 이권과 별 상관없이 보이는 전산센터 직원들마저도 향응과 부패에 심각하게 젖어 있었음이 드러났다. 업소에서 찾아낸 매출장부에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약 70차례에 걸쳐 ‘○월 ○일 얼마, △월 △일 얼마…’ 식으로 D사가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을 접대한 날짜와 액수가 적혀 있었다.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이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술 접대뿐만 아니라 성 접대 정황도 담겨 있었다. ‘2차(성 접대)’를 간 날에는 따로 표시가 돼 있었다. 경찰은 “1차로 해당 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이들 중 상당수는 2차로 다른 장소로 옮겨 성 접대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광주시내 유흥업소 중 한 곳을 D사가 아예 단골로 ‘찍어놓고’ 공무원을 대접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바로 해당 업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현재 조사 중인 공무원과 심사위원은 20여 명이지만 수사가 끝나면 접대를 받은 인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주요 대학의 교수들도 D사의 ‘관리대상’이었다. 입찰 과정에서 향후 심사위원으로 유력한 교수들은 D사로부터 ‘기프트카드’를 선물받았다. 현금과 동일하게 쓸 수 있는 카드로 장당 10만∼50만 원짜리였다. 경찰은 “기프트카드를 받은 교수들 수는 아직 파악 중이지만 총액은 수천만 원 규모”라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 등 전원을 소환해 뇌물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할 것”이라며 “기프트카드를 받은 교수들도 대가성이 밝혀지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