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수사… ‘금고지기’ 상무 소환 집중 추궁
효성그룹의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석래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고동윤 상무(54)를 14일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고 상무 등 효성그룹의 재무 및 회계 담당 임직원 3, 4명을 불러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10년 넘게 조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를 맡아 온 것으로 알려진 고 상무를 상대로 조 회장 일가가 차명 주식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한국거래소에 효성그룹 주주와 주식 매매 관련 자료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디베스트 파트너스(D-Best Partners)’라는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로 이사 직함을 갖고 있는 김모 씨가 2007년 10월 8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디베스트 인베스트먼트 그룹(D-Best Investments Group)’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이다.
당시 김 씨는 “해외사업을 위해 운영했을 뿐 국내로 들여온 돈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효성 측 역시 “김 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왜 만들고 어떻게 운영했는지 전혀 모르고 효성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막냇동생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 씨도 2007년 3월 15일 버진아일랜드에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Quick Progress Investment)’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효성 측은 이에 대해서도 “조욱래 회장은 이미 별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석래 회장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석래 회장과 아들 삼형제의 금융거래 명세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