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5차례 우승 ‘미다스의 손’ 이민형 고려대 농구감독
고려대와 일본 명문 와세다대의 교류전이 열린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이 감독은 “꿈만 같다. 이런 성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여름부터 희망이 보이기는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이 1970년대 초반 고려대 감독을 맡았던 부친 고(故) 이경우 씨의 뒤를 이어 모교 지휘봉을 잡은 2011년 1월 팀 상황은 더는 나쁠 수 없을 정도였다. 직전까지 4년 동안 감독이 해마다 교체되는 심각한 내홍 속에 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선수 학부모끼리도 파벌 다툼을 했다. “서로 믿어야 살 수 있다고 신뢰 회복을 강조했죠.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3년 걸리더군요. 입김을 없애고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학부모들과 식사 한번 안 했어요.”
이 감독은 운동장이나 뛰던 과거의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특급 센터 이종현을 비롯한 8명의 선수를 역도 선수 출신인 성신여대 김범수 교수의 맞춤형 특별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체력이 약했던 이종현은 4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다. 장기 레이스에서 주전들의 큰 부상도 없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강병수 박훈근 코치도 성실하게 잘했다. 어린 선수들 사이에 고려대에서 꼭 뛰고 싶다는 말이 나오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고려대 사령탑에 올랐을 때 입학했던 박재현 이관기 등 4명은 어느새 4학년이 돼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취업률도 100%. 이 감독은 며칠 전 후배들에게 밀려 경기를 자주 못 뛴 졸업반 선수들에게 석별의 글을 보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끝까지 참고 밑에 애들 독려해 줘 고맙다. 너희들이 고려대 농구를 만든 장본인이다. 사회에 나가서 꼭 성공하기 바란다.’
도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