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제품 46.4% 허위-과장환경부 ‘친환경 위장’ 뿌리 뽑는다
국산 생필품 겉표지에 적힌 제품 설명이다.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위 사례처럼 ‘녹색(친환경)’을 표방한 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이 제품들이 내세운 친환경 성분은 허위 또는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치즈의 95%를 구성한다는 유기농 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치약에 솔잎 추출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도 에코서트(국제유기농인증협회) 인증 재료를 썼다고 하는데 해당 인증 표시는 제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인증 도용’ 사례가 늘자 국내 유기농 제품 인증 업무를 하는 건국에코서트인증원은 ‘원료성분 승인은 인증 요건 중 하나일 뿐이며 에코서트에서 승인받은 원료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광고해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이 상품의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로 꾸미거나 과장 광고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친환경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01년 1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30조 원으로 20배나 성장했다. 친환경 마케팅이 제품 판매에 주요 변수가 되면서 경제적 이득을 위해 녹색 제품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만연한 실정이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세제, 화장지, 화장품 등 7개 제품군 702개 품목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46.4%인 326개가 허위 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PB(Private Brand)’ 상품은 제외했다. 소비자원은 “PB 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에 비해 환경 기준이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PB 상품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 그린워싱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친환경 상품으로 눈속임을 하기 위해 동원한 수법을 보면 객관적 근거 없이 자체 제작한 친환경 마크를 제품에 표기하거나 인증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이 공식 인증 제품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한 사례가 많았다. ‘무독성(Non-toxic) 세제’ ‘천연 유기농(All Nature) 샴푸’ 등 의미가 어렵거나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해 막연하게 친환경 이미지를 부추기는 경향도 자주 나타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녹색 제품이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친환경적 요소가 아예 없거나 오히려 환경호르몬이 다량으로 검출되는 제품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 정부 ‘그린워싱’ 색출 나서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또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등에 따라 친환경으로 둔갑한 제품을 관리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단속 여력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게 사실이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그린워싱과 관련해 특정 제품을 적발하거나 시정 요구를 한 사례가 없다.
이 같은 단속 공백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려는 기업의 의지가 꺾이고 친환경 관련 산업의 성장도 크게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그린워싱 실태조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 뒤 친환경 위장 제품을 걸러낼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기업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제품에 대해 정부가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그린워싱으로 판명되면 시정을 요구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키로 했다.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안을 이달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친환경에 투자해온 선량한 기업들을 보호하려면 녹색 제품으로 허위 과장하는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 시장 질서를 바로 세워야 산업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