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3>임금 줄여야 오래 일한다
‘내가 과연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국내 한 정유업체의 김모 차장(37)은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제도 개선은 반갑지만 자신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 차장의 회사는 이미 2년 전 노사 합의로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그러나 대부분 생산직 근로자에게 적용됐을 뿐 김 차장 같은 사무직 근로자는 거의 없었다. 그는 “법으로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지만 솔직히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생산직이나 전문 엔지니어와 달리 사무직은 정년을 다 채우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김 차장뿐만이 아니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KLI)에 따르면 ‘만 60세 정년시대 현실성’을 묻는 질문에 “지켜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한 근로자는 38%에 불과했다.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본 근로자는 33%, ‘보통’이라는 중립 의견은 29%였다. 이는 KLI가 지난달 전국의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퇴직자 가운데 정년까지 다닌 사람은 10.7%에 불과하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제도화되면서 임금보다 고용안정을 선택하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KLI 의식조사에서 근로자 10명 가운데 6명은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62.9%)고 답했다. “필요치 않다”는 의견은 12.7%에 불과했다.
조사를 실시한 이장원 KLI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정년 보장은 단지 법제도가 아니라 국내 노동시장 현실을 바꿔야 가능하다”며 “급한 대로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 연장에 대한 기업의 부담과 우려를 덜어 실효성 있는 고용안정을 얻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게 주는 지원금 한도액을 인상하는 등 대상과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 114억 원에서 292억 원으로 늘렸다. 또 정년퇴직자 고용 지원금도 450억 원에서 530억 원으로 확대했다. 장년층의 재취업을 도울 수 있는 취업아카데미도 신설하기로 했다.
김윤태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는 장년층 고용에 매우 불리하다”며 “일과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체계가 바뀌어야 정년 연장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