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카드 결제 척척… 똑똑해진 한국대표 시장
결제는 이렇게… 은행장의 시범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남대문시장의 남산상회를 찾아 홍삼을 구입한 뒤 우리은행이 보급한 휴대용 카드 결제단말기인 m-POS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남산상회의 박칠복 대표(오른쪽)와 점원 노은정 씨는 “m-POS는 스마트폰에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어 카드 결제를 위해 가게를 오가는 불편이 사라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남대문시장에서 홍삼과 김 등을 판매하는 남산상회. 점원 노은정 씨(41·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가 많다. 한국인 손님뿐만 아니라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최근까지 노 씨는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난감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카드 결제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단 결제 단말기가 가게의 맨 안쪽에 있는 탓에 카드를 한 번 긁으려면 안에 들어갔다 나와야 했다. 전통시장에서는 가게 문 바깥에 여러 상품을 진열해놓는 것이 보통.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것은 상인에게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
노 씨의 걱정은 최근 해결됐다. 우리은행에서 스마트폰에 꽂아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카드결제단말기인 ‘m-POS’ 기기를 지급했기 때문. 손님이 카드 결제를 요청하면 스마트폰에 m-POS를 꽂고 카드를 읽히면 된다. 고객은 스마트폰 화면에 직접 서명한다. 결제 명세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님도 편하게 카드 결제할 수 있고, 저도 자리 지키면서 장사할 수 있으니 좋죠.”
○ 카드 결제·상품권 유통 늘려 시장 활성화
우리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상인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한 m-POS는 이런 불편을 해소했다. 월 2200원의 관리비만 내면 쓸 수 있다. m-POS 이용으로 손님이 늘어난다면, 카드 받는 것 자체를 꺼리던 상인들의 이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카드도 m-POS로 인식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남대문시장지점에 온누리상품권을 바로 넣을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CD, ATM)를 설치했다. 입금된 상품권 금액만큼 현금이 다음 날 바로 계좌로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은행 창구에 가서 온누리상품권을 입금해야 했다. 은행 영업시간이 한창 장사할 시간이라 불편할 수밖에 없다.
○ 남대문시장 부활 절실…전통과 첨단이 공조해야
우리은행의 남대문시장 지원은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수시로 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한다. 회장 취임 후 임원들과 첫 회식을 단골집인 남대문시장 내 횟집에서 했을 정도다. 우리카드가 6월 출시한 ‘우리 전통시장 W카드’도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이 회장의 생각이 반영됐다. 이 카드를 평일 오후 2∼7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통시장에서 쓰면 결제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김재용 남대문시장 상인회장(64)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디다. 은행 같은 큰 기관이 도와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이 내세우는 부흥의 핵심은 ‘전통과 문화는 보존하면서 편리한 쇼핑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5분 거리의 신세계백화점과 상생 방안을 찾는 것도 해법의 일환이다. 남대문시장과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주차장을 공동 이용하고, 백화점 내 남대문시장 코너를 설치해 상품을 파는 등의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 ‘세상에 하나뿐인 안경’ 중년 여성들에 인기 ▼
■ [우리시장 스타]김철수 한독안경 대표
김철수 한독안경 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장식을 단 안 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독안경에 진열된 안경 중에는 화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상품이 많다. 검은색 안경테에 촘촘히 박힌 큐빅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연상시킨다. 이 특별한 안경 장식들은 모두 김 대표가 손수 작업한 제품들. 기존 안경에 액세서리 등을 달아 부가가치를 높인 것이다. 한 제품을 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한 디자인으로는 한 개의 안경만 만든다. 손님들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디자인’의 안경을 쓰는 셈이다.
한독안경을 찾는 주요 고객들은 40, 50대 여성들. 원래 제품보다 5만∼10만 원 가격이 비싸지만 한 번 써본 고객들은 상당수가 다시 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김 대표는 “안경을 패션 소품으로 여기는 중년 여성들의 욕구를 반영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 남대문시장은 외국인 하루 1만명 찾는 ‘관광 1번지’ ▼
남대문시장은 600여 년 전부터 상인들이 모여 물건을 팔았던 오랜 역사를 가진 그야말로 ‘전통시장’이다. 요즘처럼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없던 시기에는 온갖 물품이 거래됐다. ‘핵무기와 탱크 빼고는 다 있다’ ‘고양이 뿔 빼고는 뭐든 구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아동복, 액세서리, 주방용품, 카메라, 안경 등 다양한 상품이 남대문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됐다. 국내 아동복 시장의 90% 이상은 여전히 남대문시장을 경유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방용품이 거래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소개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 평균 7000∼1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남대문시장을 찾는다. 저렴한 안경과 김 등이 이들 관광객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들이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측은 전체 매출의 15%가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라고 밝혔다.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남대문시장은 ‘2013년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은 2년간 국비 10억 원을 지원 받아 먹거리 군복 안경 등 상품별로 특화된 거리를 조성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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