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미국 CBS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기계’를 개발한 천재 프로그래머 해럴드 핀치(마이클 에머슨 분). 극 중에서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미국 CBS 홈페이지
드라마 속 상상은 현실이 돼 버렸다. 미국 CBS가 방영하는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요주의 인물)’ 시즌3는 매 에피소드를 이 같은 대사로 시작하는데, 올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방위로 인터넷 감시활동을 펼쳐 왔다는 영국 가디언의 보도와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백만장자인 해럴드 핀치(마이클 에머슨)는 e메일 휴대전화 폐쇄회로(CC)TV SNS 기록 등 세상의 모든 디지털 정보를 수집해 테러를 예측하는 ‘기계’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기계가 일반 범죄까지 예측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테러 정보에만 관심을 갖는 정부 대신 핀치 자신이 직접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자 군인 출신인 존 리스(제임스 카비젤)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나선다.
둘의 무모한 작전 뒤엔 9·11테러로 인한 상처가 있다. 시즌1 첫 회에서 핀치는 자신이 이윤을 내는 데 몰두하느라 당일 저녁까지도 테러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기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군인이었던 리스는 테러로 연인과의 행복한 삶을 잃었다. 테러의 트라우마는 둘을 무모한 작전으로 내몰고, 범죄를 막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기계’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불리는 시스템은 진짜 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프리즘’이란 정보 수집 도구로 현실화됐음이 드러났다. NSA가 온갖 개인정보를 수집해 축적해 왔다는 스노든의 주장은 핀치 같은 인물이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을 안겨 준다. 스노든의 폭로에 반역죄를 들이밀고 스노든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타국 정부를 종용하는 미국의 모습에 드라마 속 두 인물의 트라우마가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드라마에는 기계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하려는 악역인 천재 프로그래머 루트(에이미 애커)가 등장해 선의로 시작한 정보 수집 활동이 언제든 악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기계가, 그리고 핀치와 리스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건 그 결말엔 미국의 현재가 투영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