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득 ‘겹-사이’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수조에 먹물을 푸는 퍼포먼스를 펼친 김호득 씨.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이 모든 작업은 한국화가 김호득 씨(63·영남대 교수)가 ‘겹-사이’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그는 실제적 대상을 그린 초기 작업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점과 획을 현대적으로 접근한 ‘점찍기’ ‘선그리기’ 등 수행적 작업을 통해 추상적 개념적 세계로 옮겨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지필묵 작업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양화의 경계를 확장해 온 작가의 결실을 모았다.
전통적 묵법과 파격적 실험을 오가며 묵직하게, 때론 위트를 담아 한국화의 변용을 모색한 작품들이 흥미롭다. ‘겹’의 개념으로 동양과 서양미술의 차이를 들여다보거나 나와 너, 공간과 평면, 빛과 어둠의 ‘사이’를 파고든 작품들이다. 먹물을 푼 대형 수조 위에 한지를 매달아 만든 공간 드로잉 설치작품은 은은한 먹 향기로 시각과 후각을 사로잡는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