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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국감… 첫날부터 증인-자료제출 문제로 삐걱

입력 | 2013-10-15 03:00:00

[2013 국정감사]
■ 민생-정책보다 정쟁… 부실 국감 우려




2013년도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여야 모두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을 강조했지만 예상대로 정쟁과 설전 속에 곳곳에서 정회가 속출하는 등 파행을 반복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오전 내내 본질의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증인채택 공방을 벌였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업무보고를 중간에 저지한 데 이어 여야 의원들은 관련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의사진행발언만 거듭하다 오전 일정을 마쳤다. 오후 들어 민주당 의원들이 A4 용지에 ‘친일독재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문구를 적어 노트북에 붙이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좌편향 왜곡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문구를 적어 붙여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학용 위원장이 오후 2시 58분 속개를 선언하자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렇게 문구를 붙이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 몇 년째 교육 국감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라며 “이럴 거면 다 깹시다”라고 언성을 높인 뒤에야 의원별 질의가 진행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도 통신비원가 자료 제출 문제로 20분간 정회 소동을 겪었다. 유성엽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감에서 “지난해 법원에서 정보공개 청구 관련 요금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추가보수 산정자료, 이동통신 3사의 제출 근거자료, 적정성 심의평가 자료 등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있었는데 왜 아직 공개를 안 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이 자료는 정보공개 여부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서 관련자료의 열람은 가능하나 제출은 어렵다”고 답했다.

여야의 정쟁 속에 부실 국감이 ‘예고’되는 대목도 있다.

2010년 1월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15일 처음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을 받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위협으로 떠오른 사이버 안보에 대한 논의는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사이버사령부가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이버사령부 국감 때 ‘국가정보원 댓글 국감’을 다시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이 파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국감 자료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군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밀누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창설 이후 3년 동안 한번도 국감을 받지 않은 사이버사령부까지 찾아가 여야 의원들이 정쟁을 벌이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댓글 공방이 벌어지면서 존재 자체가 기밀로 유지되는 사이버심리전단 조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군 당국은 사이버심리전단의 존재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김희균·손영일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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