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정감사]■ 민생-정책보다 정쟁… 부실 국감 우려
2013년도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여야 모두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을 강조했지만 예상대로 정쟁과 설전 속에 곳곳에서 정회가 속출하는 등 파행을 반복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오전 내내 본질의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증인채택 공방을 벌였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업무보고를 중간에 저지한 데 이어 여야 의원들은 관련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의사진행발언만 거듭하다 오전 일정을 마쳤다. 오후 들어 민주당 의원들이 A4 용지에 ‘친일독재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문구를 적어 노트북에 붙이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좌편향 왜곡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문구를 적어 붙여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학용 위원장이 오후 2시 58분 속개를 선언하자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렇게 문구를 붙이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 몇 년째 교육 국감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라며 “이럴 거면 다 깹시다”라고 언성을 높인 뒤에야 의원별 질의가 진행됐다.
여야의 정쟁 속에 부실 국감이 ‘예고’되는 대목도 있다.
2010년 1월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15일 처음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을 받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위협으로 떠오른 사이버 안보에 대한 논의는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사이버사령부가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이버사령부 국감 때 ‘국가정보원 댓글 국감’을 다시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이 파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국감 자료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군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밀누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창설 이후 3년 동안 한번도 국감을 받지 않은 사이버사령부까지 찾아가 여야 의원들이 정쟁을 벌이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길진균·김희균·손영일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