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정감사]■ 2만5560명중 행방묘연 2187명 추적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정착금 등을 받고 다시 미국, 영국, 호주 등 제3국으로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이 ‘정착지’가 아닌 ‘경유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이 경찰청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는 2만5560명이었다. 그러나 지역별 거주자 수를 모두 더한 결과 2만3373명으로 조사됐다. 2187명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2187명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주소를 파악할 수 없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법적 용어는 ‘거주불명 등록자’)은 796명으로, 이 가운데 689명(86.6%)이 제3국으로 출국해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제3국으로의 ‘이민’이 받아들여진 사람도 51명이나 됐다. 심 의원은 “정부가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자에게 1인당 2000만 원씩 지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나랏돈 148억 원((689명+51명)×2000만 원)이 허비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탈북자로부터 난민 신청을 받은 국가가 탈북자의 지문을 보내오면 정부는 이 지문이 주민등록관리대장에 있는지를 확인한다. 지문이 있으면 한국 국적을 취득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라며 “제3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하면 그 나라에 정착하고, 거부당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탈북자들의 탈남(脫南) 현상은 우리 정부의 탈북 주민 관리와 보호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책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