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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보낸 e메일… ‘그들’이 찾아왔다

입력 | 2013-10-16 03:00:00

■ 5년만에 부활한 ‘대경권 KOTRA 지원단’ 가보니




이세영 세영정보통신 대표(오른쪽)가 회사를 찾은 장준상 대경권 KOTRA 지원단장에게 자사가 보유한 통신장비 관련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KOTRA 제공

경북 구미시의 중소기업 세영정보통신 이세영 대표는 요즘 수출의 꿈을 머잖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이 회사는 수년 간의 노력 끝에 여러 명이 동시에 대화할 수 있는 무선 오디오 단말기를 지난해 개발했다. 문제는 판로(販路) 개척이었다.

이 대표는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인터넷 등으로 정보를 수집해 현지 바이어들과 접촉했지만 믿을 만한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계약을 앞두고 갑자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판을 깨는 바이어도 있었다. 중소기업인 데다 회사가 지방에 있다 보니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그러던 중 이 대표는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구미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경권 KOTRA 지원단’이 8월 1일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8년 일제히 철수했던 국내 지방무역관이 광역권 KOTRA 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것이다. 5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지방 중소기업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지방무역관을 부활시키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한 장준상 대경권 KOTRA 지원단장에게 회사 상황과 답답한 심경을 정리한 e메일을 보냈다.

그로부터 사흘 뒤 KOTRA 직원들이 찾아와 “추석연휴 때문에 늦게 방문해 죄송하다”면서 “우리와 함께 수출 길을 열어보자”고 했다. 이들은 세영정보통신의 경영 현황과 목표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이 회사가 공략하려고 하는 베트남 진출 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이 대표는 “우리 같은 지방 중소기업은 해외시장 정보를 몰라 끙끙 앓을 때가 많은데 KOTRA에서 막힌 가슴을 뚫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KOTRA 지방무역관은 5년여 전만 해도 지방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82개 국가에 120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는 KOTRA의 해외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 방안 등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순발력 있게 제공했다. 그러나 KOTRA는 2008년 6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체계 일원화 방안에 따라 당시 11개이던 지방무역관을 모두 철수시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역할을 대신했지만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며 지방 중소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광역권 KOTRA 지원단이 개설되면서 다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 단장은 “다음 달에는 대구국제산업기계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지방에서도 크고 작은 국제전시회를 여러 차례 연다”며 “해외 바이어들의 참가를 바라는 관련 단체들의 문의와 협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KOTRA가 중소기업을 찾아가 애로를 해소해 주는 ‘이동 KOTRA 사업’도 지방무역관 부활에 따라 기동성이 높아졌다. 종전에는 신청을 받고 서울에서 지방 현장을 찾기까지 한 달가량 걸렸지만 이제는 신청한 다음 날 찾아갈 정도로 빨라졌다. 대경권 KOTRA 지원단은 9월 한 달 동안 중소기업 22곳을 찾아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KOTRA는 현재 대구 외에 대전 부산 광주 춘천 등 5곳에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입소문이 퍼지면서 울산 충북 등에서도 지원단을 개설해 달라는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장 단장은 “내년에는 대구경북 지역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특화사업을 더 많이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수출에 목마른 지방 중소기업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