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때 원작자가 세세하게 요구… 에피소드 추가 위해서도 잘 따라야
SBS ‘수상한 가정부’의 주인공 최지우. SBS 제공
하지만 복사 드라마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작 에피소드를 그대로 따르는 데는 국내 제작진의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 원작을 쓴 작가의 까다로운 요구조건 때문이다. 작가의 권리를 중시하는 일본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맺을 때 작가가 요구하는 사항을 계약서에 대부분 반영한다. 계약 전에 국내 제작진이 드라마 회별 시놉시스를 일본의 원작자에게 미리 보내 최종 확인을 받는 것이 보통이고, 원작자가 캐릭터의 성격 의상 표정연기 등 구체적인 조건까지 계약 사항에 명시하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일본 드라마 한 편의 분량은 한국 드라마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원작 에피소드를 그대로 둬야 새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한국 미니시리즈의 경우 16∼20회 편성에 회당 70분 분량인 반면 일본 드라마는 10회 안팎의 편성에 회당 방송 시간도 40∼50분으로 짧다. 드라마의 총 길이로 따지면 ‘가정부 미타’는 440분(40분짜리 11부작)이고, ‘수상한 가정부’는 1400분(70분짜리 20부작)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제작진은 960분 분량의 새로운 내용을 제작해야 한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에피소드나 설정을 빼면 원작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더욱 줄어든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거나 비중이 낮은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도 드라마 분량을 늘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수상한 가정부’의 이상민 PD는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도 에피소드가 드라마 초반에 거의 다 끝난다. 후반에는 일본에서 방영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추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