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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서 뿌린 괴물투… 류현진 ‘가을의 전설’ 쓰다

입력 | 2013-10-16 03:00:00

■ NLCS 3차전, 다저스 STL 제압… 한국인 포스트시즌 사상 첫승




‘빅D’ 돈 드라이스데일, ‘황금의 왼팔’ 샌디 쿠팩스, ‘불독’ 오렐 허샤이저. 이들은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전설적 투수다. 드라이스데일과 쿠팩스는 1960년대 다저스의 전성기를 이끌며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허샤이저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사형’ 노릇을 했고, 59이닝 연속 무실점의 대기록을 갖고 있다. 류현진이 이들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저스 포스트시즌 사상 7이닝 이상 투구에 3안타 이하 무실점 쾌투를 했다는 공통점을 갖게 된 것. 차이라면 류현진과 달리 이들 3명은 모두 월드시리즈에서 완봉승으로 대기록을 작성했다는 것.

‘더 몬스터’ 류현진은 15일(한국 시간) 다저스가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에이스와 맞붙어 3-0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쾌투로 시리즈 전적을 1승 2패로 만들며 대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 동안 단 3안타와 1볼넷만 내주고 삼진은 4개를 잡아내는 눈부신 피칭으로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여 준 최악의 피칭을 단숨에 만회했다. 이날 류현진은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에게 위기는 기회였다. 경기 전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은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의 승리를 점쳤다. 피츠버그와의 디비전시리즈 1, 5차전에서 각각 1실점하며 팀을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려놓은 웨인라이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투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류현진은 1회 징크스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약점을 보였다.

부진을 만회하는 무대가 된 3차전에서 류현진은 1회초부터 빠른 볼을 뿌렸다. 몸 상태가 가장 좋을 때 보여 줬던 구속인 149km(93마일)를 톱타자 맷 카펜터를 상대할 때부터 던졌다. 이날 최고 구속이 152km(95마일)까지 나온 류현진의 빠른 볼은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전날 주문한 직구의 로케이션도 좋아 홈플레이트 내외곽을 찔렀다. 커브, 슬라이더도 체인지업과 함께 위력을 발휘했다. 4회초까지 13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1루를 허용해 준 타자는 2번 타자 카를로스 벨트란이 유일했는데 그나마도 볼넷 출루였다.

류현진-웨인라이트의 팽팽한 투수전은 4회말 다저스 공격에서 무너졌다. 4회말 다저스 선두타자 마크 엘리스가 친 타구는 중견수 존 제이와 우익수 벨트란의 콜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중간 2루타가 됐다. 이어 3번 타자 핸리 라미레스가 우익수 플라이 진루타로 1사 3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4번 타자 에이드리언 곤살레스는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행운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찬스에서 1, 2차전 10타수 무안타에 삼진 6개를 당한 야시엘 푸이그는 웨인라이트의 149km(93마일) 직구를 통타해 우측 펜스를 맞히는 3루타로 곤살레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2-0으로 앞선 5회초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타자 데이비드 프리스, 6번 맷 애덤스에게 연속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행운은 류현진을 버리지 않았다. 다리에 쥐가 난 프리스의 대주자로 나선 대니얼 데스칼소가 존 제이의 낮은 좌익수 플라이 때 주루 미스로 아웃되면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가 둘로 늘어났다. 5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7회말 2사 1루의 마지막 위기를 맞았으나 애덤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이날의 쾌투를 마감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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