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1066원… 9개월만에 최저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국 경제가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화가치의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협요인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원화가치 상승은 이미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8월과 지난달만 비교하더라도 똑같은 양의 상품을 수출했을 때 수출기업이 손에 쥐는 원화는 2.4% 줄었다.
원화강세 움직임은 이달 들어서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원-달러 환율이 1월 23일(1066.2원)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1066.8원까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6월 24일(1161.4원)과 비교하면 환율은 4개월여 만에 100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원인을 감안할 때 원화강세 추세는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의 속도 조절이 있겠지만 환율은 연중 최저점인 1054원 부근까지 하락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환율 수준이 수출기업들이 당장 ‘못 견디겠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급락 속도가 빨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 엔화가치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만 강세가 이어지고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기대보다 더뎌질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나친 원화강세가 수출이나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면 외국인 자금이 언제든지 한국 시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도 크다. 정부 당국이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