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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式 마구잡이 화살… 기업 윽박지르는 국회

입력 | 2013-10-16 03:00:00

[2013 국정감사]
■ ‘기업 감사’된 국감




국감장에 불려나온 기업인들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참고인과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는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박재구 CU 대표, 박기홍 포스코 사장,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두 번째 줄 왼쪽부터) 등 기업인이 대거 출석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환경부가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홍영표 의원(민주당)은 재계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에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화평법은 수출 증가와 일자리 창출, 사고 예방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데 왜 반대하느냐”며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전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상민 의원(민주당) 등이 통신비와 스마트폰 원가 공개를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기업인들은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 감사”라며 “기업의 영업비밀 공개가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국감에 사상 최대인 196명의 기업인 및 경제단체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한 국회가 민간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1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김충호 현대자동차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 등 기업인 19명을 무더기로 불렀다. 이들은 자사를 둘러싼 각종 불공정행위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해 해명 또는 사과를 했지만 질의응답 시간은 대체로 1인당 5분을 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책임하게 폭로하거나 정치적 시각에서 기업을 재단해 피해를 주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 한정애 의원(민주당)은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삼성전자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 내는 부담금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62억 원”이라며 “‘나 몰라라’ 돈으로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를 장애인 고용 기피기업 1위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고용 의무 준수비율이 59%로, 50% 안팎인 다른 기업보다 높은 편”이라며 “임직원이 많다 보니 부담금도 많은 것인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지목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같은 국감에서 홍문종 의원(새누리당)은 ‘(보안업체인) 안랩의 백신 프로그램은 해외 안전성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안전성이 떨어진다. 이를 정부기관이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안랩 측은 “홍 의원이 언급한 바이러스 블러틴 테스트는 등급제가 아니어서 A, B라는 점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최민희 의원(민주당)은 배포한 자료에서 이석채 KT 회장을 지목해 “취임 이후 직원 수는 10%가량인 약 3000명이 줄어든 반면 임원 수는 150%가량 증가했다”며 “낙하산 수십 자리를 만들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정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실시한 명예퇴직으로 직원 수가 줄었고 임원 증가는 KTF와의 합병과 사업영역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14일 환노위 국감에선 무분별한 증인 출석 요구를 그만해 달라는 요청까지 나왔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규한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원들에게 “(출석 요구를 중단하고) 저희 스스로 노력하고 일해서 그들(해고자)을 보듬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의원님들이 도와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석·이성호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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