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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의지는 강하지만… 외교 현실은 가시밭길

입력 | 2013-10-16 03:00:00

동북아평화협력구상-중견국협의체… 美中日 “기존 질서 흔드나” 경계
정부, 환경 등 가벼운 주제부터 제기… 일각선 동북아균형자론 되풀이 우려




박근혜 정부의 외교라인에서는 ‘미들 파워(중견국)’ 외교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정작 대통령은 직접 그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중견국 외교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네이밍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며 “갈 길이 멀고 따져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미들 파워 외교의 두 축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중견국협의체(MIKTA)’ 모두 강대국들의 견제가 만만찮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경우 미국은 한미일 기본 동맹을 축으로 이뤄졌던 동북아 질서 체제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중국은 6자회담의 틀을 대체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주요 8개국(G8), 주요 20개국(G20), 유엔 등 기존의 틀이 아닌 중견국들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대국이나 개발도상국, 이 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무리하지 않고 주변국들의 동의를 얻어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 기후변화와 환경, 재난 구조, 원자력 안전 등 합의가 쉬운 연성 주제부터 논의를 시작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견국협의체도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가 더 있었지만 5개국으로 조촐하게 추진하고, 당분간 별도의 협의체 사무국을 두지 않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최근 글로벌아시아 기고에서 “박근혜 정부가 표방하는 신뢰 외교는 정치적 편의주의나 성급한 가시적 성과주의를 배격한다. 길고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며 속도 조절을 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미들 파워 외교가 성과는 없고 소리만 요란했던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의 재판(再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노 대통령이 내세운 동북아균형자론은 성과는 없이 논란만 무성한 채 한미동맹의 신뢰만 약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을 잡겠다고 한 동북아균형자론은 19세기 영국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경우 우리가 주도적으로 강대국들을 이끌겠다는 것이 아니라 협력이 가능한 주제의 아이디어를 던지고 협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중국과 일본의 강한 대립으로 한중일 정상회담도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한반도 문제와 영토, 역사문제까지 다루는 협의체로 갈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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