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8·끝>핀란드 전략적 캠페인
‘앵그리버드’가 교통교육 핀란드 헬싱키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교통안전 중앙교육기관인 ‘교통안전’ 직원들이 자국의 인기 캐릭터 ‘앵그리버드’ 탈을 쓰고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핀란드 ‘교통안전’ 제공
핀란드가 이런 악조건을 극복한 비결은 뭘까. 유일한 교통안전 중앙교육기관인 ‘교통안전(Liikenneturva)’은 “전략적인 교통안전 캠페인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교통안전공단의 지윤석 박사와 함께 핀란드를 찾았다.
○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다가서기
길 건너기 교육이 끝나자 ‘앵그리버드’들이 반사물(리플렉터)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반사물 착용은 요즘 핀란드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교통안전 캠페인이다. 반사물은 말 그대로 빛을 받으면 반짝이게 만들어진 물체인데 핀란드 ‘도로교통법 42조’에 도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은 평상시 이 반사물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물론 아무 반사물이나 되는 것은 아니고 유럽연합이나 핀란드 정부가 정한 규정에 맞는 제품이어야 한다. 반사물은 옷처럼 입는 조끼, 완장, 열쇠고리 등으로 다양하다. 반사물은 밤이 긴 핀란드에서 보행자가 운전자의 눈에 띄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물건이다.
‘교통안전’의 의사소통팀장 카레 오야니에미 씨는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교통캠페인의 주된 전략”이라며 “어린 아이들에게 친숙한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반사물 착용 의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사물 착용은 규정은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캠페인을 통한 의식 개선이 유일한 방법이다. ‘교통안전’은 1997년까지 20% 미만이던 반사물 착용률을 2010년 44%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보행자 사망자 수는 1년에 147명에서 47명으로 줄었다.
반사물 착용으로 밤에도 잘 보이게 한밤중 반사물(리플렉터)의 효과를 보여주는 가상 실험 화면. 보행자가 자동차의 30m 앞에 있는 경우 보통 옷을 입었을 때(왼쪽 사진)보다 반사물이 부착된 조끼를 입었을 때 전조등 불빛이 반사돼 보행자가 더 잘 보인다. 핀란드 ‘교통안전’ 제공
취재팀은 핀란드 제2의 도시 탐페레 서부에 있는 시 노인정보센터 강의실에 모인 20여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교통안전 강의를 참관해 봤다. “다들 자기 진단표 받으셨죠? 거기에 적힌 병 이름 중에 자기가 앓고 있는 질병이 있으면 체크해 보세요.” 신경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당뇨, 정신질환…. 화이트보드 앞에 선 ‘교통안전’ 직원이 항목마다 체크한 사람의 수를 세어 본 뒤 설명을 이어갔다.
“당뇨의 경우 혈당량이 떨어질 때가 운전자에게 특히 위험해요.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거든요. 따라서 혈당량이 떨어질 때 자신에게 어떤 증상이 일어나는지 잘 살펴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약화된 신체능력이 운전 중 가장 큰 위협이다. 따라서 노인 대상 안전 교육의 초점은 자신의 신체능력과 운전의 상관관계를 알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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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탐페레=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