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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건희]교통선진국 비결? “양보운전이 이익” 철저한 교육 - 단속 덕분

입력 | 2013-10-16 03:00:00


조건희 사회부 기자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해서 ‘비로소 한국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알아요? 시내 도로로 접어들었을 때예요. 옆 차는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들지, 뒤차는 경적 울리지…. 이런 문화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죠.”

북미권 국가에 다녀온 지인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탔을 때를 회상하며 들려준 얘기다. ‘정글 같은 도로’가 바로 우리의 첫인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팝 열풍과 발달된 정보기술(IT) 등으로 우리가 아무리 치장해도 가릴 수 없는 시민 의식의 민얼굴이다.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 특별취재팀은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의 문화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스웨덴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등 8개국에 갔다.

결정적인 차이는 이들 선진국에서는 텅텅 빈 도로에서 신호와 정지선을 칼같이 지켜도 ‘바보’ 취급당하는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철저한 단속과 교육 덕이다. 캐나다 운전자들은 암행(暗行) 경찰이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니 신호와 제한속도를 자발적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 독일 아이들은 교통안전을 초등학교 2학년부터 정규수업 시간에 배운다.

양보 운전이 ‘손해 보는 일’이라는 그릇된 인식도 없었다. 양보의 결과가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믿음 덕이다. 네덜란드 드라흐턴 시가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을 전부 없앤 뒤 오히려 사고를 20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던 이유도 운전자들의 ‘양보 본능’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과 맞먹을 정도로 교통량이 많은 일본 도쿄 신주쿠 사거리에서는 경적 대신 기다림을 택한 운전자들 덕에 모든 도로 이용자가 조용하고 쾌적하게 길을 오갈 수 있었다.

한국 도로가 무법천지 정글에서 벗어나려면 ‘착한 운전’은 대접하고 ‘반칙 운전’의 대가는 혹독하게 치르게 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단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을 밖에 내보낼 때마다 입버릇처럼 ‘차 조심하라’고 당부해야 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제 바꾸기 위해서다.

조건희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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