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김연아 목걸이 원하니 사오라”“수능 보는 아들 순금 행운열쇠 사달라”… “집 살 돈 보태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납품 등을 대가로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수수한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들 임직원은 대부분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었는데도 갖가지 명목과 방법으로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받아 챙기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최창호)는 15일 협력업체에서 납품 편의 등의 대가로 1억4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사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A 상무(55)를 비롯한 임직원 11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혐의가 가벼운 대우 임직원 12명에 대해선 회사 측에 징계를 통보했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협력업체 대표 B 씨(39) 등 6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철의장 구매담당 C 차장(43)은 2008년부터 2011년 10월까지 덕트와 가스파이프 협력업체 11곳에서 11억9510만 원을 4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받았다. C 차장은 차명계좌 가운데 하나를 가족관계부에 등재되지 않은 생모 명의로 개설한 사실이 적발되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하기도 했다. C 차장은 받은 금품으로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해 7곳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부장급인 철의장 구매담당 D 전문위원(51)도 협력업체 2곳에서 1억700만 원을 받았다. D 전문위원은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 달라”고 해 2돈(49만 원 상당)짜리 순금 열쇠를 받았다. 또 수능이 끝난 뒤에는 온 가족의 일본 여행경비 일체를 제공받기도 했다. D 전문위원은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차로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구하고 운동기구를 집으로 사오라고 한 뒤 설치까지 하게 하는 등 협력업체 직원을 하인 부리듯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D 전문위원은 또 “아내가 TV를 보고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 하니 사오라”고 요구해 45만 원 상당의 목걸이도 받았다.
도장부문 중역인 E 이사(53)는 도장 관련 협력업체에서 단독주택 구입비 일부를 받은 뒤 그 주택을 이 협력업체에 임대해 약정한 임대료보다 더 많이 받는 수법으로 총 83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협력업체 4곳에서 2억6000만 원을 받은 철의장 구매담당 F 대리(33)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올 5월 협력업체에서 받은 5만 원권 현금 1억 원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건조부문 중역인 G 이사(53)도 협력업체에서 받은 현금 1000만 원을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다 들통 났다.
○ 금품수수 총액 35억 원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14명이 받은 액수는 모두 35억 원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올 5월 업계 관계자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해 200여 명의 계좌를 추적했다. 검찰은 현금 3억5000만 원을 환수했고 차명계좌와 차명부동산 등에 추징보전청구를 하는 등 범죄수익금 전액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국내 ‘조선 빅3’로 9월 말까지 매출액이 11조 원, 협력업체 수가 1800여 개에 이른다. 지분의 50% 이상을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정부 소유 기업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이 없는 회사가 되다 보니 내부 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검찰 수사 발표 직후 구매부서 등에 근무하는 직원과 그 가족의 금융거래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등 ‘반부패 대책안’을 마련하고 자정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