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적 충동’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존 M 케인스(1883∼1946)다. 그는 경기변동 원인을 설명하면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는 기업가의 직감에 의존해 결정되며, 이 같은 투자의 불안정성 때문에 경기가 변동한다. …많은 경우 인간의 의지는 계산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야성적 충동의 결과다”(저서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라고 주장했다. 이 책 속의 인간관은 그전까지 고전경제학이 가정해온 ‘합리적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실러 교수는 야성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이론을 펼치며 2000년 미국의 정보기술(IT) 주가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두 개의 손이 팔씨름하고 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므로 자유방임하면 된다’는 애덤 스미스 학파와 ‘방임으로는 경기침체와 공황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정부의 개입, 즉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필요하다’는 케인스 학파의 대립이다. 이성적 인간관과 야성적 인간관의 대립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