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충청지역 인구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호남지역 인구를 추월해 9월 말 현재 1만2904명 더 많다. 20대 총선을 치르는 2016년엔 충청 인구가 호남 인구보다 30만 명가량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도 충청지역의 국회의원 수는 25석으로 호남의 30석보다 5석 적다. 충청 출신의 전현직 의원들이 충청지역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일리가 있다.
국회는 총선을 앞두고 매번 인구 변동을 감안해 선거구 조정에 나선다. 인구가 늘어난 선거구는 쪼개고, 인구가 줄어든 선거구는 다른 곳과 합치는 것이다. 조정에 앞서 민간인으로 구성한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의견을 내도록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넘어온 안을 무시하고 여야 협상으로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여야 간 힘겨루기와 담합 때문에 합리적인 대안은 설 자리가 없다. 이 과정에서 영호남 몫만 더 커지곤 했다.
작년 19대 총선 때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 8곳을 늘리고 5곳을 줄여 지역구 의석을 3석 늘리는 안을 제시했으나 여야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그 대신 여야는 선거가 임박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선거구 3곳을 늘리고 2곳을 줄이면서 비례대표 의석(54석)은 그대로 유지해 19대 국회에 한해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졸속 협상이 빚은 결과였다.
20대 총선 때는 정치 발전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선거구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논의에 착수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결론을 내야 한다. 아울러 정당의 당리당략(黨利黨略)과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에 조정을 맡기는 시늉만 하지 말고 법적 구속력도 함께 부여해야 할 것이다. 선거구획정위를 더이상 들러리로 이용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