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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부품으로 달린 KTX

입력 | 2013-10-16 03:00:00

제동장치 부품 등 국산 → 프랑스産, 재고 → 신형 둔갑시켜
1만7521개 납품해 7억원 상당 부당이득 챙긴 10명 기소




원전에 이어 고속철도(KTX)의 제동장치에 짝퉁 부품이 사용되는 등 안전 불감증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에 짝퉁 부품이 1만7521개나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신응석)는 국내산 KTX 부품을 외국산 순정부품으로, 재고 부품을 신형 부품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혐의로 A업체 사장 이모 씨(53)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B업체 사장 김모 씨(59)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씨 등 KTX 부품 납품업체 6곳의 사장 직원 등은 2009년 3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프랑스의 KTX 순정부품 6개 품목 9275개를 납품키로 계약한 뒤 국내산 부품을 제공한 혐의다. 이들은 또 신형 부품으로 납품키로 계약한 23개 품목 8246개의 부품을 재고 부품으로 납품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7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 재고 부품은 KTX 제동장치에 쓰이는 볼트·너트, 전선 손상 방지 비닐 등으로 사용기간이 1∼3년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이 오래됐을 경우 안전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 국산 부품은 프랑스 부품과 달리 안전성 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검찰이 확인했다.

이 씨 등은 서울과 인천지역 일부 지하철에도 제동장치 3개 품목 2607개를 독일 순정부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 지하철 5∼8호선)와 인천교통공사는 짝퉁 부품을 교체한 뒤 비리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등은 짝퉁 KTX 부품을 납품할 때 수입신고필증을 위·변조하는 수법을 썼다. 수입신고필증은 프랑스의 KTX 제작사 등에서 부품을 수입할 때 한국세관에 신고하는 서류. 이 씨 등은 코레일이 수입신고필증 사본을 받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KTX 부품 입찰 방해 등을 한 혐의로 C업체 사장 신모 씨(59) 등 2명과 KTX 부품 납품 정보를 알려 주고 뇌물을 받은 한국철도공사 임원(50)과 직원(41)도 구속했다.

코레일은 짝퉁 KTX 부품 납품과 관련해 다음 달 1일부터 전체 KTX 920량(46대)에 대한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짝퉁 제동장치 446개는 이미 교체했고 볼트, 너트 등은 조사한 뒤 교체키로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 1대(20량)에 200만 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짝퉁 부품 1만7521개는 극히 일부여서 KTX 안전운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KTX 부품 하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코레일이 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3월 부산지방경찰청이 독일의 KTX 제동장치 순정부품 대신 국내산 부품을 제작해 코레일에 납품한 김모 씨(49) 등 2명을 처벌한 뒤 개선을 통보했지만 또다시 부품 비리 사건이 불거졌다. 신응석 광주지검 특수부장은 “수입신고필증 원본을 확인하고 부품의 사용 이력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