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위해 남아있자 “손님 XX가 안가요”여성고객 찾아오자 “이쁜데 뽀뽀해드려”
동양증권 직원들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돈을 날려 지점을 찾은 피해자들을 지칭해 인터넷 메신저 등으로 욕설과 성 희롱성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부실 상품을 팔아 놓고 오히려 피해를 본 고객들을 조롱한 것이다.
15일 피해자 모임 등에 따르면 동양증권 일부 직원이 인터넷 그룹채팅을 하면서 고객을 조롱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룹채팅에 참가했던 직원들이 피해자 모임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한 직원은 돈을 잃고 늦게까지 지점에 남아 있는 피해자를 지칭해 ‘손님 ×끼(욕설을 의미)가 안가요’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은 ‘미친, 왜 안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 밤에, 소송하라고 해야지 머, 난리치면’이라고 맞장구쳤다. 이 시간대 직원 대화방에는 40여 명의 동양 증권 본사와 각 지점 직원이 참여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ㅇ,ㅇ(맞다는 의미)’ 등의 글을 올리며 대화에 동조했다고 복수의 채팅 참가자들이 전했다.
피해자들은 또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의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닷새 전인 지난달 24, 25일 동양증권 직원들이 금전 피해를 걱정해 지점을 찾은 고객들을 폄훼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동양그룹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문이 파다해 돈을 찾기 위해 지점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 한 직원이 ‘성북지점은 왜케 사람 많아’라고 운을 떼자 다른 직원은 즉시 ‘싸구려 고객들, 다 나가라’고 답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어디든 설레발치는 아줌마는 있기 마련”이라고 했고 다른 직원들은 “우리가 젤 불쌍하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면목이 없다’를 입에 달고 다님”, “업무 전화 받는 거 존× 스트레스다. 말 존× 길어”라는 식으로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채팅 참가자들이 전했다.
동양증권 일부 직원이 피해를 본 고객의 고통을 안타까워하기는커녕 고객들을 모욕하고 혐오하는 듯한 저질스러운 언어를 주고받은 것은 이 회사가 이달 14일자 주요 일간지 1면에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는 광고를 낸 것을 무색하게 한다.
지점 직원들이 피해 구제 상담차 방문한 피해자의 언성이 높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직원들로부터 반말과 삿대질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 사는 정모 씨(35·여)는 7일 동양증권 동래지점을 방문했다가 직원들에게 위협을 당했다며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과 함께 사연을 본보에 알려 왔다. 정 씨는 “담당 직원에게 ‘왜 이런 위험한 상품을 나에게 적금이라고 속이고 팔았느냐’고 묻자 직원이 ‘본인이 거기 사인 다 하셨잖아요. 좀 적당히 합시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밝혔다. 본보가 영상을 확인한 결과 담당 직원 옆에 있던 증권사 과장이 “내가 니한테 안 팔았잖아”라고 고함치며 고객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