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번째 규모 15만명 수용 난민촌, 300개 점포 들어서며 도시 모습 갖춰
10일 요르단에 있는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배급하는 식량 바우처를 받으러 온 엄마 곁에서 한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난민들은 1인당 하루 빵 4개(250g)를 배급받고, 한 달에 두 차례씩 받는 식량 바우처로 쌀 국수 비스킷 대추야자 등을 구하거나 난민촌 내 상점에서 채소나 통조림을 사기도 한다. 마프라끄(요르단)=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전승훈 특파원
전갈과 도마뱀밖에 살지 않던 사막에 들어선 자타리 캠프촌은 시리아 내전이 3년째 장기화되면서 어느덧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약 15만 명의 난민이 수용된 자타리 난민촌은 케냐 다다브의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9일 오전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직원과 함께 자타리 캠프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를 찾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은 아침 6시부터 빵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등록된 난민에게 하루 28t(1인당 4개)의 빵을 배급하고, 한 달에 2번씩 쌀, 국수 같은 식량을 배급한다. 처음에는 일부 난민이 구호 요원들을 공격하고 식량 창고를 약탈하는 사고도 빈번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식량 배급 담당자인 에마드 올완 씨는 “1년 내내 똑같은 배급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자타리 캠프와 난민들에게 최근 ‘식량 바우처’를 나눠 주기 시작한 뒤로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난민들이 ‘식량 바우처’를 통해 상점에서 야채와 통조림 등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사먹게 되면서 난민촌의 경제 활동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곳에서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아테프 씨는 “1년 전부터 2벌의 웨딩드레스를 구입해 5∼10디나르(약 7500∼1만5000원)에 빌려 준다”며 “이익은 많지 않지만 시리아의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라 좋다”고 말했다.
난민촌에는 축구장 병원 학교가 차례로 세워지고 텐트 가옥 대신 컨테이너가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도시로 성장하기에는 치안이 열악해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갱들의 마약 밀수 문제도 고질적이다. 특히 밤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계속 일어나 소녀들을 일찍 결혼시키기도 한다. 아난 양(15)은 “여아들이 사우디나 카타르 등 부유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게 팔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르단에 있는 등록된 시리아 난민 중 4분의 1정도만 난민 캠프에 수용돼 있을 뿐 대부분은 마프라끄, 이르비드와 같은 국경지대 마을의 아파트나 창고, 주차장 등을 빌린 ‘호스트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난민캠프뿐 아니라 호스트커뮤니티에 머물고 있는 난민 23만 명에게 구호 식량을 지원하고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 친화 공간 35곳과 청소년을 위한 직업교육센터 4곳을 운영해 아동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긴급구호아동기금 후원전화 1577-9448)을 진행하고 있다.
―마프라끄(요르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