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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의 철도 힐링투어]사라지는 해운대 철길 차창밖 풍경

입력 | 2013-10-17 03:00:00

아듀, 해운대∼송정 동해남부선… 추억의 샷 찍으러 가요




이웃한 해운대와 달리 철길로 기차가 달리는 한적하고 소박한 모래 해변 송정. 11월 30일 0시를 기해 이 철길이 폐쇄되면 이후엔 기차와 철길, 해변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빚어 내는 이 풍경은 영원히 볼 수없게 된다. 전망카페 치엘로(7층)가 있는 빌딩 옥상에서 촬영. 부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지는 낙엽으로 가뜩이나 우울한 이 가을에 이별을 통고하기란 누구도 내키지 않을 고역. 그럼에도 그걸 떠맡는 건 고별에 앞서 마지막 포옹이라도 할 겨를을 주기 위함인데…. 동해남부선(부전역∼포항역·145.8km) 철길에 유일하게 바다 풍경을 선사하는 구간이 사라지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시각은 11월 30일 0시(잠정적).

이후엔 78년간 여길 달리던 기차가 바다 멀리 새로 놓은 철길로 달린다. 복선전철화사업에 따른 변화다. 해운대와 송정을 기차와 더불어 가슴에 담아 추억하던 이들에게 이 소식은 비보(悲報)요 부고(訃告)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철도 사라지기 전에 찾아보라고 애써 권할밖에.

송정(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은 부전 철도역(부산진구 부전동)을 출발한 기차가 해운대역 다음에 서는 역. 해운대 뒷동산인 달맞이고개 뒤편으로 해변은 해운대와 닮은 반달형이고 규모는 해운대보다 작다. 두 해변은 자동차로 10분 정도의 지척에 있다. 하지만 모양과 분위기는 천양지차다. 해운대가 국제적인 데 반해 송정은 지역적이다. 찾는 이도 해운대는 외국인과 외지인이 대부분인데 송정은 지역민이 대부분. 파라다이스부산 등 고층 호텔로 둘러싸여 화려한 해운대에 반해 모텔 스타일 호텔 몇 채로 소박해 보이는 송정의 모습도 비교된다. 피서철 방문객도 해운대에 비해 송정이 훨씬 적다.

그럼에도 송정의 명성이 해운대에 뒤지지 않는 이유. 애착에 가까운 지역민의 사랑이 요체다. 송정의 허다한 카페가 그 증거다. 해변과 바다가 조망되는 높은 빌딩이 해운대에선 모두 호텔인데 송정에선 그게 카페다. 그중엔 지나는 기차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톱(옥상) 야외 카페도 있다. 루프톱 야외 카페는 국내서 보기 힘들다. 더구나 바다가 조망되는 철길 옆엔.

그런 송정역의 최고 매력은 동해남부선 철도로 오가는 기차가 바다와 해변과 어우러지는 풍경이다. 모래사장의 배후를 자처한 이 철도로는 객차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지난다. 승객은 차창으로 송정의 바다와 해변을 감상하고 해변의 방문객은 지나는 기차의 소음과 모습에서 풍겨나는 고적함을 즐긴다. 역사도 해변에서 가깝다. 그럼에도 상업적 개발이 미진해 옛 해변의 풋풋함이 살아 있는 건 오로지 하나, 해운대의 그늘에 가린 덕분이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고층 빌딩의 밀림에 갇힌 해운대에선 볼 수 없는 송정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그 송정해변이 신체 일부와 같던 철길을 잃게 됐다. 복선전철화사업으로 철로가 직선화하면서 해변 멀리로 이설돼서다. 기존 철길로 기차가 다니는 건 11월 29일까지. 이후 달리는 기차에서 바다풍경을 볼 수 있던 구간(우일∼해운대∼송정역·7.8km)은 영원히 사라진다. 송정역도 근방의 신역으로 옮겨 빈다. 해운대 신역은 7km 떨어진 내륙에 자리 잡았다.

사라지는 건 이뿐이 아니다. 미포와 달맞이고개를 잇는 좁은 언덕길(달맞이길 62번길)을 가로지르는 선로와 건널목도 같다. 영화 ‘해운대’에서 해일이 덮치는 순간의 장면에 등장한 이곳은 달리는 기차를 바다와 오륙도를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찾는 이가 많은 해운대 명소인데 이 역시 사라질 터이다.

송정건널목도 같은 운명이다. 송정역 동편 600m 거리의 이곳은 하루에 기차가 46회 통과하고 차량은 최고 3만 대가 건너는 곳. 그걸 관리원 6명이 삼교대로 지켜 왔다.

10년차 관리원 김기석 씨(55)에게 소회를 물었다. “시원섭섭하지요. 한여름 폭염의 땡볕 아래서 철길 위에 차량이 못 서게 막느라 운전자들과 씨름하는 것도 옛일이 될 테니….” 말은 그렇게 해도 얼굴엔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120여만 원 월급이나마 이젠 더 못 받게 돼서다. 소속회사가 관리해 온 건널목은 7개, 관리원은 27명. 이들 역시 사라지는 철도가 아쉽기만 하다.

▼ 파도소리 들으며 달빛샤워 ‘쏴아쏴아’ ▼
파라다이스부산 호텔 씨메르 스파


여행길에서 휴식은 악보의 쉼표다. 악보에 쉼표가 없다면 음악이 나올 수 없다. 그러니 앞만 보고 내지르는 건 여행이 아니다. 군대의 장정(長征)이나 전장의 행군(行軍)이다. 그런 휴식 중에 미학적으로 승화된 것이 있다. 로텐부로(露天風呂)로 상징되는 노천욕이다. 그건 우리 선비의 거풍(擧風)과 풍욕(風浴)에서 왔다. 거풍이란 홀로 산중에서 옷을 벗고 튼 상투를 풀어헤치고는 햇빛과 바람을 쐬어 자연과 소통하는 치유 행위. 풍욕은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연 뒤 옷을 벗고는 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들추었다 하면서 바람을 일으켜 그걸로 피부를 자극하던 양생법이다.

해운대 해변의 파라다이스부산 호텔엔 그런 자연 치유를 체험할 야외 공간이 있다. 루프톱(옥상) 로텐부로인 씨메르 스파다. 오미자 산수유 쑥 등을 입욕제로 활용한 다양한 수질과 모양의 노천탕으로 구성됐다. ‘씨메르’란 하늘(Ciel)과 바다(Mer)를 뜻하는 프랑스어 조어. 풀과 선탠베드에서 바다와 하늘, 바람과 햇빛을 두루 즐길 수 있다. 달밤에 파도 소리 들으며 즐기는 달빛샤워, 오설록 전용 티라운지가 패키지 숙박객에게 제공(2잔)하는 블렌딩 티(여러 찻잎을 섞어 맛을 낸 차)는 씨메르에서만 즐기는 특권이다.

힐링 드 씨메르 패키지: 호텔 투숙에 스파힐링(성인 어린이 각 2인)은 물론 액티비티 혹은 투어까지 전문가(야외 엔터테인먼트 팀 레오) 안내로 즐기는 상품. 부산 야경 투어에 △이기대 & 삼포길 트레킹 △감천문화마을 투어 △범어사 단풍 산책 △살아 있네 야시장(남포동 밤거리)도 운영.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존(국내 최대), 호텔→부산역(KTX 승객) 짐 무료배달 서비스 포함. 1인 21만 원(주중·세금 봉사료 포함). 051-749-2111

▼ 신칸센 모형기차 왜엥∼ 화물칸으로 음식 날라
키샤 디오라마 레스토랑

키샤 디오라마 레스토랑에서는 이렇게 모형 기차의 화물칸으로 음식이 실려 제공된다

송정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동부산 관광개발단지 길가에 있는 ‘키샤 디오라마 레스토랑’. 정원에 ‘은하철도 999’(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이 말해 주듯 철도 카페다. 키샤란 ‘기차’의 일본어 발음이며 디오라마(diorama)는 미니어처를 배치해 실제처럼 보이게 한 장치. 실내엔 대형 유리진열대 안의 디오라마(2억 원 상당)에서 신칸센 화물차 등 모형 기차 8대가 도시와 전원의 철로를 쉼 없이 누빈다.

실내는 사진과 모니터 영상 모두가 기차. 1인용 테이블과 벽 장식물 역시 미니어처 기차다. 화장실에 들어서면 기차 소음에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게 끝이 아니다. 디오라마 위 레일에선 초등학생 한 명(35kg)을 거뜬히 끄는 초대형 화물차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주방 밖으로 실어 낸다. 모든 음식은 이렇게 화물칸에 올려져 종업원에게 전달된다.

음식 맛도 훌륭했다. 주 메뉴는 카레를 수프처럼 만들어 토핑(불고기 소시지 돈가스 왕새우튀김 등으로 각 4000원)을 추가해 밥과 함께 내는 수프카레(8700원). 8년 전 일본 삿포로(홋카이도)에서 개발돼 일본 전국에서 사랑받는 메뉴로 여기선 ‘키샤카레’로 불린다. 음료와 샐러드, 피자도 있는데 맛과 식감, 세팅 모두 일본의 수준 높은 식당 것에 뒤지지 않았다. 추천 음료는 우유와 얼음물에 요구르트와 과일을 넣고 갈아 내는 라씨, 추천 토핑은 튀김옷이 기막힌 돈가스와 왕새우프라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1호점으로 명절만 쉰다.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 기장군 기장읍 당사리 506-1, 051-723-0778

■Travel Info

송정 ▽송정역: 근대문화유산 등록 건물. △찾아가기: 부전역에서 20.8km(30분 소요) △문탠로드: 카페촌∼해운대 연결 숲 산책로(달맞이고개 밑). 한 시간 소요. △치엘로:철도와 바다가 두루 조망되는 전망 카페(7층). 해운대구 송정동 443-2, 051-701-0294

낙동강하구 하구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을숙도(삼각주)가 거기 있다. 지금 을숙도는 은빛 물억새가 무성하고 습지와 연못엔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철새공원 에코센터에선 탐조와 더불어 실내학습도 한다. 카트(14인승)를 타고 해설사의 안내로 공원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예약제)도 운영 중. 낙동강하구엔 을숙도 외에도 섬 4개와 등(밀물이면 잠기는 모래톱) 4개가 있다. 그 풍광은 아미산전망대에 오르면 볼 수 있다. 두 시설 모두 무료 입장(오전 9시∼오후 6시)이며 월요일엔 쉰다. http://wetland.busan.go.kr

감천문화마을도 하구에서 멀지 않다. 1950년대 피란시절 형성된 산동네가 최근 예쁜 컬러로 단장됐다. 감내어울터 옥상이 촬영 포인트.

△에코센터: 사하구 낙동담로 1240. 051-209-2000 △아미산 전망대: 사하구 다대낙조2길 77.051-265-6863 ▽감천문화마을: 사하고 감내1로 200(간매어울터) www.gamcheon.or.kr 051-293-3443

맛집 부산 맛을 대표하는 것은 밀면과 돼지국밥. ▽밀면 △초량밀면: 4000원. 오전 10시∼오후 10시, 매일. 동구 초량동 363-2(부산역 건너) 051-462-1575 ▽돼지국밥 △장수촌왕돼지국밥: 6000원. 24시간. 사상기차역 앞(지하철 사상역 2번출구). 051-321-1630

부산시티투어 다양한 코스·테마의 버스투어. 출발은 부산역광장, 예약 필수. www.citytourbusan.com 1688-0098

등대 콜
유니폼 차림으로 운전하는 브랜드택시(4500대). 이 중 400명은 컨벤션 뷰로에서 외국어 등 교육을 마친 엘리트 드라이버. 051-600-1000

도움말: 박준규 철도여행 프리랜서,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 공동저자, cafe.daum.net/traintripwrite(카페지기)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