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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 권투선수 출신의 강한 정신력 앞세워 면세점에 샤넬 불가리 입점 길열었죠

입력 | 2013-10-17 03:00:00

최영수 롯데면세점 전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영수 롯데면세점 전 대표(62·사진)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권투를 배우러 갔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권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관장님은 테스트라며 대뜸 윗몸일으키기를 시켰다.

그는 윗몸일으키기를 30∼40번쯤 하고는 힘이 빠져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관장님은 그를 보면서 “남들하고 정신력이 비슷한 사람은 필요 없다. 집에 가라”고 호통을 쳤다. 어린 영수는 배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렇게 윗몸일으키기를 스무 번 더 하고 나서야 체육관에 다닐 수 있었다.

최 전 대표는 이날을 ‘상품기획자의 기본을 배운 날’로 기억한다. 최 전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권투를 하며 배운 인내심과 끈기가 해외 유명 브랜드의 국내 부티크를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가 면세점 산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 롯데면세점 창립 당시. 그는 이 면세점의 상품기획자로 근무하기 시작해 2008년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은퇴한 그는 최근 해외명품 브랜드 유치 스토리, 국내 면세산업에 대한 분석을 함께 엮은 ‘면세점 이야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롯데면세점에서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불가리 등 주요 브랜드의 부티크가 문을 여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특히 샤넬이 1985년 롯데면세점에 문을 연 국내 1호 부티크가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최 전 대표는 2년에 걸쳐 수차례 프랑스 파리의 샤넬 본사에 찾아가 끈질긴 설득을 거듭한 끝에 입점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최 전 대표는 “한국이 럭셔리 업계로부터 ‘오지’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집요한 입점 요구에 샤넬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불가리 부티크를 입점시킬 때도 그의 집념은 힘을 발휘했다. 그는 잔루카 브로체티 당시 불가리 마케팅 이사를 몇 년 동안 쫓아다닌 끝에 간신히 ‘비즈니스 얘기가 없는 저녁식사 1시간’이라는 기회를 얻었다. 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권투 등 다양한 ‘잽 펀치(이야깃거리)’를 날려 브로체티 이사의 호감을 얻었고 결국 협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 전 대표는 “‘빅 브랜드’는 면세점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대표는 “‘빅 브랜드’는 매출을 떠나 고객을 모으는 원동력이 된다”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는 평 효율(매장이 한 달에 거두는 평당 매출액)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유통업체의 기본 논리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한국 면세점 산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광 산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대표는 “면세점은 가격 경쟁력과 쇼핑 편의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며 “면세점이 없다면 항공사, 여행사, 요식업체 등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