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 롯데면세점 전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는 윗몸일으키기를 30∼40번쯤 하고는 힘이 빠져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관장님은 그를 보면서 “남들하고 정신력이 비슷한 사람은 필요 없다. 집에 가라”고 호통을 쳤다. 어린 영수는 배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렇게 윗몸일으키기를 스무 번 더 하고 나서야 체육관에 다닐 수 있었다.
최 전 대표는 이날을 ‘상품기획자의 기본을 배운 날’로 기억한다. 최 전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권투를 하며 배운 인내심과 끈기가 해외 유명 브랜드의 국내 부티크를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면세점에서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불가리 등 주요 브랜드의 부티크가 문을 여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특히 샤넬이 1985년 롯데면세점에 문을 연 국내 1호 부티크가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최 전 대표는 2년에 걸쳐 수차례 프랑스 파리의 샤넬 본사에 찾아가 끈질긴 설득을 거듭한 끝에 입점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최 전 대표는 “한국이 럭셔리 업계로부터 ‘오지’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집요한 입점 요구에 샤넬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불가리 부티크를 입점시킬 때도 그의 집념은 힘을 발휘했다. 그는 잔루카 브로체티 당시 불가리 마케팅 이사를 몇 년 동안 쫓아다닌 끝에 간신히 ‘비즈니스 얘기가 없는 저녁식사 1시간’이라는 기회를 얻었다. 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권투 등 다양한 ‘잽 펀치(이야깃거리)’를 날려 브로체티 이사의 호감을 얻었고 결국 협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 전 대표는 “‘빅 브랜드’는 면세점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대표는 “‘빅 브랜드’는 매출을 떠나 고객을 모으는 원동력이 된다”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는 평 효율(매장이 한 달에 거두는 평당 매출액)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유통업체의 기본 논리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한국 면세점 산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광 산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대표는 “면세점은 가격 경쟁력과 쇼핑 편의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며 “면세점이 없다면 항공사, 여행사, 요식업체 등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