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지금의 모습을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과거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일명 ‘불보기왕(不保其往)’의 사람 평가 원칙이다. ‘지나간 과거(往)의 모습을 가슴에 담지(保) 않고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공자를 찾아온 젊은이가 있었다. 호향(互鄕) 지역 출신의 이 젊은이는 공자를 만나보기 열망했고, 제자들은 적극적으로 공자와의 만남을 말렸다. 호향은 당시 가장 소문이 안 좋은 동네였다. 범법자들이 많고 악한 사람들이 산다는 호향 출신 젊은이를 공자가 만난다는 것은 제자들의 입장에서 그들 집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공자는 그 젊은이를 만났고, 불만을 품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든 깨끗한 자세로 나를 만나러 온다면 지금 그 모습을 나는 인정하겠다(人潔己以進 與其潔也). 그 사람의 지난날 모습에 연연하여 가슴에 담지 않겠다(不保其往).’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였던 공자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논어’의 문장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맹자’에 ‘생어우환(生於憂患) 사어안락(死於安樂)’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아픔과 근심이 미래의 생존을 가능케 할 것이고, 과거의 안락과 즐거움은 미래를 죽음으로 이끌 것’이란 뜻이다. 비록 지난날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면 오히려 새로운 생존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불보기왕(不保其往)’, 지난날 과거의 모습에 연연하지 마라! 선비는 삼일을 안 보면 눈을 비비고 봐야 한다는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뜻은 사람은 짧은 기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일신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나간 과거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야말로 인본주의의 핵심 철학이라 할 것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