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이 브라질 및 말리와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며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부상 낙마했던 런던올림픽의 시련을 브라질월드컵에서 떨치겠다는 각오다. 15일 말리전에서 슈팅하는 모습. 천안|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예상밖 2경기연속 선발…떨리진 않았다
기성용 선배에게 킥·경기운영 등 배워
내년 브라질월드컵 당당히 서 보고 싶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그는 좌절과 시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희망과 도약의 아이콘이 됐다. 대표팀 홍명보호에서 ‘제2의 김남일’로 각광받고 있는 한국영(23·쇼난 벨마레) 이야기다. 2012런던올림픽 최종 엔트리(18명)에 발탁됐지만 왼발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고 중도 하차했던 그였다. 함께 땀을 흘리고 고락을 나누며 올림픽을 꿈꿨기에 그가 받은 심적 상처는 엄청났다. 하지만 이제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는 대표팀 중원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라질(0-2 패)과 말리(3-1 승)로 이어진 10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알렸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태극전사였다. “(올림픽에서의) 시련으로 인간으로서 한 걸음 성장했고, 이번에는 축구 선수로 그랬다”던 한국영을 16일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만났다.
● 터닝 포인트
“솔직히 내가 ‘핫’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브라질에 패한 뒤 말리전은 꼭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싶었다. (1차 수비수로서) 그게 훨씬 아쉬운데.”
-2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예상은 했나?
“몰랐다. 주변에서도 느꼈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정말 깜짝 놀랐다. 경기 당일 선수단 미팅을 하면서 (홍명보) 감독님이 알려주더라.”
-긴장감 컸을 것 같다. 특히 브라질이 그랬을 텐데.
세계 최강을 상대로 한국영은 기죽지 않았다. 상암벌 그라운드에서 젖 먹던 힘을 다 쏟아냈고,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플레이를 해냈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 후보라고는 해도 그들 역시 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재미있게 즐기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브라질전이 확실히 터닝 포인트가 됐나?
“자신감? 확실히 올라왔다. 정말 큰 소득이다. 단, 너무 몰입되면 안 된다. 더 훈련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사실 네이마르는 정말 대단했다. 일단 그 친구가 볼을 잡으면 뭔가 한 건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조심했고, 더 대비했다.”
● 필드의 짝꿍
“예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기)성용이 형의 뒤를 잘 받치는데 주력했다. 함께 2경기를 뛰었다는 점이 큰 영광이다. 많은 걸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떤 점을 배웠나.
“경기 운영? 공격적인 패스? 탁월한 킥과 축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굉장히 좋은 선배다. 경기 전후로, 팀 미팅 때, 또 하프타임 때마다 쉼 없이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계속 묻고 조언을 구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주변이 편하게 움직일지 많이 논의했다.”
-그래도 빛나고 싶은 욕심은 없나?
“전혀 없다. 축구를 하며 많은 감독님과 생활했지만 모든 분들이 ‘팀’과 ‘희생’을 강조했다. 내 생각과 몸도 그렇게 반응한다. 홍 감독님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한 때 ‘테크니션’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골 감각과 패스, 체력이 부족하지만 상대에 최대한 공간을 덜 내주는 건 장점이다. 2선 침투에 대한 대처와 커버는 자신 있다. 과감한 태클도? 파울 없이 잘 대처한다는 평가도 듣는다. (예쁘게 볼을 찬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공은 잘 못 차도 팀을 위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예쁘게 공을 차는 선수는 많지만 난 희소성을 느낀다.”
한국영에게는 또 다른 ‘영혼의 멘토’가 있다.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이다. 가장 힘들 때, 항상 곁에서 격려하는 소중한 선배다. 소집 마지막 날에도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밝은 내일을 기약했다.
● 내년 월드컵 까지
-2차례 평가전 전후로 홍명보 감독이 어떤 말을 했나.
“브라질전 이후 감독님께서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말리전 직후에는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을 느꼈다’고 칭찬해주셨다.”
-올해 초 대표팀에서 자리 잡는 걸 목표 삼았다. 앞으로는?
“11월에 또 소집된다면 정말 기대된다. 더 멀리 보면 내년 월드컵이다. 선수라면 모두 그럴 것 같다. 그런 큰 무대에 한 번 당당히 서보고 싶다. 월드컵을 향한 길목에 선 지금이 더 중요해졌다.”
10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가장 핫 한 태극전사로 떠오른 한국영이 16일 김포공항에서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포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한국영
-생년월일 : 1990년 4월19일(서울)
-신체조건 : 183cm 73kg
-포지션 : 수비형 미드필더
-학력사항 : 문성고-숭실대
-프로경력 : 쇼난 벨마레(2010∼)
-대표경력 : U-17대표팀/ U-20대표팀 / 올림픽대표팀/ A매치 7회 출전.
김포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