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최영해]마사의 식탁

입력 | 2013-10-17 03:00:00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0분가량 서북쪽으로 가면 워싱턴 14번가에 허름한 흑인 동네가 나온다. 그 속에 반듯한 2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다. 초등학생부터 미셸 오바마 여사에 이르기까지 이곳을 다녀가는 자원봉사자는 한 해 1만 명을 넘는다.

▷건물의 이름은 ‘마사의 식탁(Martha's table)’.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의 이름에서 따왔다. 인근 달동네의 빈민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한다. 가난한 흑인과 히스패닉 자녀들은 먹고살기 바쁜 부모들 때문에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층에서는 생후 4개월부터 4세까지의 유아를 보살펴주는 ‘데이케어(Daycar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살림 형편에 따라 하루 13센트에서 최고 8달러까지 받는다. 보육비를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미국에선 영리시설에 맡길 경우 한 달에 500∼1000달러까지 내야 한다. 이에 비하면 공짜나 마찬가지다. 같은 층에 있는 ‘벼룩시장’에는 워싱턴뿐 아니라 인근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민들이 기부한 옷가지로 훈훈한 정이 넘친다. 2층에는 8∼16세 학생을 방과후에 돌보는 애프터스쿨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마사의 식탁’은 1980년에 문을 열었다. 노숙인과 끼니 때우기조차 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사도 공짜로 준다. 이동식 차량으로 배곯는 사람들에게 매일 1200∼1500명분의 식사를 제공한다. 7세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추수감사절이 되면 칠면조 요리를 먹으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한 해 예산이 500만∼600만 달러(약 53억∼64억 원)로 3분의 1은 연방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정부폐쇄(셧다운)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비닐봉지에 담는 자원봉사를 했다. 정치권의 벼랑 끝 싸움으로 이곳도 조만간 정부 지원이 끊길지 모른다며 의회를 압박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나을 때도 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