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원장에서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된 정희선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최초의 여성 수장에서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희선 원장이 대학원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충남대 제공
그는 이 대학에 지난달 26일 취임했다. 취임식 당일에 그는 ‘정말’ 떨었다고 했다. “평생 연구실에서 독극물 분석하고 마약 검사만 하다 탁 트인 대학으로 나왔잖아요.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이니 긴장되죠. 그래도 그 설레는 긴장감 덕분에 에너지는 막 솟더라고요.”
충남대에서 처음 제안을 받은 때는 5월. 곧바로 수락하지는 않았다. 1978년 첫 직장으로 들어갔던 작년까지 몸담았던 국과수를 떠나 새롭게 열정을 바쳐 일할 곳인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8월까지 고민한 뒤 결론을 내렸다. 한번 해보자고.
요즘 그는 내년부터 시작할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번 결심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 일단 사례와 경험이 중심이 된 ‘살아있는’ 강의를 하자는 게 목표다. 2003년 기내에서 발작 증세를 보이다 숨진 페루인, 부검 결과 115개의 마약 봉지가 몸 안에서 발견됐던 사건을 활용하는 식이다. 정 원장은 “이른바 ‘보디 패커(body packer) 사망 사건’으로 불리는 유명한 사례”라며 “이를 통해 마약 검출의 원리, 마약의 유해성, 제조기법을 활용한 제조지 추적 방법, 사망자 조직에서 검출된 코카인 농도의 해석 등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취임한 뒤 거대한 캠퍼스 규모도 놀라웠지만 학생들의 열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참 순수해요. 열정과 성실성은 수도권 유명 대학에 절대 밀리지 않아요. 지방 대학이란 이유만으로 취업 등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 좀 안타깝죠.” 정 원장은 이미 완벽한 충남대인이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