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확인됐으니 국내송환을” 목소리
3년여 전 탈북을 시도했다가 강제 북송된 80대 국군포로 할아버지가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북한의 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은 확인됐지만 현재 극심한 영양실조 등으로 건강 상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2010년 탈북 과정에서 중국에 억류돼 있다가 북송된 국군포로 정모 할아버지(85·사진)가 현재 함경북도 전거리교화소에 수감돼 있다. 정 할아버지는 탈북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5년형을 선고받고 3년째 복역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함께 복역하던 지인이 최근 형기를 마치고 교화소에서 나와 남측에 있는 대북소식통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정 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한국군 5군단 3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1952년 인민군에 포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오지탄광에서 노역을 하던 그는 2009년 8월 가족과 함께 탈북을 시도했으나 중국에서 공안에게 체포됐다. 중국 당국은 그와 가족을 6개월간 억류하고 있다가 끝내 북송시켜 버렸다. 당시 국군포로를 지원해온 국내 민간단체들은 물론이고 국회 등에서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들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그의 탈북을 도왔던 한 대북소식통은 “정 씨가 2010년 중국에 있을 때도 이미 삐쩍 마르고 얼굴 한쪽이 마비돼 있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교화소에서 건강이 훨씬 더 악화됐을 텐데 이대로 사망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2015년까지 형을 살아야 하는데 현재의 건강 상태로는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거리교화소는 ‘제2의 요덕수용소’로 불릴 만큼 수감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우로 악명 높은 곳이다. 수감자들은 벌목과 광산 노동 같은 강도 높은 노역에 동원되고 식사량도 충분치 않아 쥐나 뱀을 잡아먹는 경우도 흔하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그러나 북한이 국군포로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최근 남북관계가 냉각되고 이산가족 상봉마저 무산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군포로송환위원회를 운영하는 (사)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정부가 이미 3년 전에도 정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며 “이번에는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적용해서라도 그를 빨리 국내로 송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카우프는 서독이 동독에 수감된 정치범들을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온 방식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프라이카우프를 비롯한 여러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