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내한공연 ★★★★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와 함께 깊이 있고 우아한 연주를 들려줬다. 크레디아 제공
공연 전 펄먼은 공연기획사인 크레디아 측에 세 곡이 적힌 프로그램을 전달하면서 “나머지 곡들은 한국 무대 상황을 보고 알려주겠다. 지금 미리 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공연 1주일 전 크레디아는 다시 한번 펄먼의 매니저에게 질문했지만 추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에 도착한 뒤 펄먼은 리허설 없이 공연장의 조명과 사운드만 체크했다.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객석은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가 감춰 둔 선물 상자는 ‘소품 잔치’였다. 타르티니가 끝난 뒤 펄먼과 15년간 호흡을 맞춰 온 스리랑카 태생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는 백스테이지에서 페이지터너에게 “우리도 어떤 곡을 고를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일단 다 들고 들어가자”라고 하면서 한 뭉치의 악보를 건넸다.
우리 시대의 거장은 전성기같이 찬란하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여유롭고 따사로운 온기로 객석을 감싸 안았다. 공연 시작 직전 펄먼은 드 실바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오케이, 쇼타임!” 훈훈한 공기 속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 나가는 시간이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