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 ★★
‘푸에르자 부르타’ 후반 절정부에서 투명천장 속 물놀이를 보여 주는 4명의 여인. 컴퍼니알 제공
‘fuerza bruta’는 ‘완력’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10명의 남녀 출연진이 70분 동안 말없이 여러 몸동작을 보여 준다.
시작은 컨베이어 벨트 위를 달리는 정장 차림의 남자다. 1980년대 전자오락실의 슈퍼마리오처럼 이 남자는 쉼 없이 밀려오는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거나 몸으로 부수며 통과한다. 밧줄에 매달려 벽면을 달리는 두 여자가 보이더니 출연자들이 느닷없이 관객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함께 어울려 춤추기를 부추긴다.
절창이나 명연기로 환호를 이끌어 낼 의도는 당연히 없다. 들썩들썩한 분위기에서 야릇한 눈요기를 통해 관객을 흥분시키려 유도한다. 제작진은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초연 뒤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등을 돌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평가는 공연 자체에 대한 판단보다 공연장 시설에 좌우됐을 수 있다.
여러 제약이 있었겠지만 티켓 가격(9만9000∼22만 원)과 좁은 간이화장실 옆 천막 공연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머리를 텅 비우고 몸으로 노닐 수 있는 클럽은 이태원과 홍익대 앞에 넉넉하다. 이 공연이 그곳들 이상일까. 그렇다 하기 어렵다. 관객을 향해 물을 뿌리므로 고가의 가죽 옷이나 가방은 두고 가길 권한다. 02-542-189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