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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선거법에 걸릴라” 체육대회 몸조심

입력 | 2013-10-18 03:00:00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몰려와… “축사 시켜달라” 등 요구에 몸살
기부금 받을땐 과태료 물어야




12일 대전에서 고교 동문체육대회를 치른 행사 주최 측 A 씨는 곤욕을 치렀다. 내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 지망생 2, 3명이 한꺼번에 행사장에 찾아와 축사를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평소 아는 사이여서 거절하기도 애매해 고민하다가 2명에게 축사를 하도록 배려했다. 그러자 일부 동문에게 “체육대회가 정치 행사냐”라는 항의를 받았다. 분위기도 갑자기 썰렁해졌다. 행사 주최 측과 관련 없는 출마 예정자가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는 것은 엄연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축제 및 행사의 계절 10, 11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물’을 만났다. 행사장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데다 돈 안 들이고 발품 안 팔면서 얼굴을 알리는 데에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

20일 대전에서 고교 동문 행사를 주관하는 B 씨도 고민이다. 행사장에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찾아온다고 사전에 연락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학교 출신인 C 씨가 내년 교육감선거에 출마 예정인데 역시 같은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동문 D 씨도 방문하겠다고 연락해 온 것. 주최 측은 “C 씨는 출마 예상자지만 같은 동문 출신이어서 축사 또는 환영사 등을 시킬 수 있지만 D 씨는 할 수 없다”며 “뒷말이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선거법 위반 사례는 △당사자의 기부행위 △명함 대량 살포 행위 △행사 주최 측과 무관한 출마 예정자의 축사 행위 △약력 소개 행위 등이다. 더욱이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경우에는 행사 주최 측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대전과 충남, 세종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위반 사례가 다수 접수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선관위 강면구 지도담당관은 “행사를 주최하는 당사자들도 어떤 행위가 선거법 위반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에 선관위에 문의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 충남북 세종시선관위는 10월 한 달간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예고 기간을 거쳐 대대적인 특별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