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들은 때때로 ‘전략을 수립하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필요 이상으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거창해야 좋은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1890년, 미국 최고 부자였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한 파티장에서 경영 컨설턴트이자 과학자 프레더릭 테일러를 만났다. 30대였던 테일러는 경영에도 수학적,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카네기는 미심쩍은 얼굴로 말했다. “젊은이, 나에게 경영에 관련해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1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주겠네.” 당시 1만 달러는 현재 가치로 25만 달러(약 2억6000만 원)가 넘는 큰돈이었다. 파티장이 조용해졌다. 테일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카네기 씨,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다섯 가지를 쓰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하세요.” 일주일 후 테일러는 수표를 받았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리처드 루멜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지난달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이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청중에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적어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달에 할 일 다섯 가지를 적어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목록의 교차점을 찾으라고 말했다. 해야 하는 일 중에 할 수 있는 일,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