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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 지혜]“가장 중요한 일 5가지를 써보라, 그리고 그것을 하라”

입력 | 2013-10-18 03:00:00


기업가들은 때때로 ‘전략을 수립하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필요 이상으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거창해야 좋은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1890년, 미국 최고 부자였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한 파티장에서 경영 컨설턴트이자 과학자 프레더릭 테일러를 만났다. 30대였던 테일러는 경영에도 수학적,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카네기는 미심쩍은 얼굴로 말했다. “젊은이, 나에게 경영에 관련해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1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주겠네.” 당시 1만 달러는 현재 가치로 25만 달러(약 2억6000만 원)가 넘는 큰돈이었다. 파티장이 조용해졌다. 테일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카네기 씨,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다섯 가지를 쓰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하세요.” 일주일 후 테일러는 수표를 받았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리처드 루멜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지난달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이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청중에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적어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달에 할 일 다섯 가지를 적어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목록의 교차점을 찾으라고 말했다. 해야 하는 일 중에 할 수 있는 일,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어렵다.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이 모든 고객과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누군가는, 무언가는 버려져야 한다. 또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들을 확인하고, 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향으로 단순화하고, 지금의 역량으로 풀 수 있는 크기로 조각내야 한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