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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두 바퀴!

입력 | 2013-10-18 03:00:00

■ 자전거 난폭 질주… 사상자 급증




주말마다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조깅을 즐기는 직장인 구모 씨(30)는 지난달 말 뒤에서 갑자기 달려온 자전거에 치여 오른쪽 종아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그 후에도 종종 보행자전용로를 침범해 달리는 일부 몰지각한 ‘자전거족’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올 4월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군자동의 한 도로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대학생 문모 씨(24)가 건널목을 건너던 이모 씨(59·여)를 치었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이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일주일여 만에 숨졌다. 문 씨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면서 ‘난폭 운전’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7일 입수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특히 자전거 운전자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사고가 2005년 929건에서 2012년에는 3547건으로 약 4배로 늘었다. 올해는 1월부터 9월까지 3270건으로 2012년 같은 기간의 2733건보다 537건이 늘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가 일으키는 사고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사고에 비해 가볍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사상자 규모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자전거에 치여 숨진 사람은 101명, 다친 사람은 3680명이다. ‘사람 잡는 난폭 자전거’다.

자전거와 관련된 안전사고 건수는 2005년 7976건에서 2012년 1만3252건으로 약 2배로 늘었다. 올해는 1월부터 9월까지 1만668건이 일어나 2012년 같은 기간(1만293건)보다 늘었다.

자전거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난폭 자전거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말마다 서울 서초 잠원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즐겨 타는 주부 장모 씨(45)는 “너무 빨리 달리면서 갑자기 추월하는 자전거 운전자들 때문에 무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장 씨는 “사이클 선수처럼 선수복을 갖춰 입고 무리지어 이동하는 자전거들이 천천히 가는 자전거 운전자를 위협하듯 달리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라며 “빨리 가라고 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경적을 울려대 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난폭 자전거족으로 인한 피해는 늘고 있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사고 처리와 보상 과정은 막막하다. 안전행정부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국내 자전거 이용자는 약 1000만 명에 달하지만 그중 자전거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0.3%(3만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사고가 터지면 합의나 법정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마’이므로 인도에서 사람을 치어 다치거나 숨지게 하면 11대 중과실로 분류된다”며 “이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고 말했다. 우충일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단속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발의한 ‘자전거 음주 운전’을 처벌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자전거 사고를 막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규정해 놨다. 예를 들어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물건을 든 채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등의 조항을 두어 장비와 운전자의 자세까지 꼼꼼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은택·백연상·김수연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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