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진희.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극본 하청옥, 연출 이형선 윤지훈) 종영 후 만난 백진희는 무척 편안한 모습이었다.
“잠잘 때 신경 쓰지 않고 깊게 잠들어서 좋아요. 무언가 커다란 것 하나가 훅 빠진 것 같아 허전하긴 하지만요.”
백진희는 극 중 정몽희(한지혜 분)의 여동생으로, 보석회사 셋째 아들 박현태(박서준 분)와 정략 결혼하는 지고지순한 청담동 며느리 정몽현 역을 연기했다.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백진희는 행복한 인물이 되어갔다. 시집살이를 극복하고, 남편 박서준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드라마 속 ‘베스트 커플’로 떠오르기도 했다.
“‘몽현 커플’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처음 현태와의 사랑은 연민으로 시작했어요. 그의 애정결핍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줬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현태도, 어머니도 변하게 됐고, 세 사람이 행복해졌어요.”
특히 백진희는 박서준과의 호흡을 자랑하며 평소에도 남다른 친분이 있음을 서슴없이 털어놨다.
“박서준과의 호흡은 첫 촬영 때부터 좋았어요. 원래 처음에는 서로 맞춰가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거든요. 그런데 정말 금방 맞췄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고, 서로 이야기도 잘 통해요. 대본 나오면 통화도 자주 하고, 밥이나 아이스크림도 자주 같이 먹고요.(웃음) 서준 오빠네 팀과 함께 술도 종종 마셨어요.”
“서준 오빠 실제 성격이요? 되게 좋아요. 호감형이고, 인성이 무척 곧은 사람 같아요. 연기적으로는 타고난 장점이 커서 무척 부러워요.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죠.”
이어 백진희는 박서준과 호흡을 맞추며 “실제 데이트 하듯 설레고, 연애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고 흡족해하며 지난 촬영을 회상하기도 했다.
“원래 대본에는 몽현이가 애교 있다는 설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며 애교가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현태의 옆구리를 콕콕 찌른다든지, 발꿈치를 들어 현태를 바라본다든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턱을 괴고 ‘뭐할 건데?’라고 물어본다든지….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일 수도 있고, 정말 그 신에 몰입해 절로 나온 걸 수도 있고요.(웃음)”
배우 백진희.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백진희는 박서준과의 로맨스 호흡 외에 또 한 가지, 배우로서의 연기 변신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서 백진희는 2011년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해 강렬하고 코믹한 인상을 남겼다. 그 뒤로 그렇다 할 인상 깊은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
“‘하이킥’이 끝나고 무척 힘들었어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이게 다면 어쩌지?’, ‘사람들도 이게 내 모습의 전부라고 한정 지으면 어쩌지?’ 등의 두려움이 들었어요. 한계를 극복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는데 잘 안됐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패닉’ 상태였어요.”
“어린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저를 알아봐 주세요. ‘셋째 며느리’라고 불러줄 때는 정말 기분 좋아요. ‘하이킥’ 때 보여주지 못한 여성스러운 면들도 많이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며 그에게 가장 힘이 됐던 말은 한 시청자가 남긴 ‘어딘가에 몽현이가 정말 살고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그 글을 읽고 너무 기뻐서 서준 오빠에게도 자랑했어요. 그보다 더한 칭찬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했죠.”
연기 속 인물로 동화되어 살 때, 그리고 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실 되게 전해질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백진희. 배우로서의 그의 꿈은 뭘까.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작품들이 쌓여서 내가 하는 작품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갖게 되는 그런 배우요. 그렇게 되기 위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