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은 “내 어린 시절은 꿩이 살고 있는 산에 집이 있는 시골소녀였다”라며 “나이가 드니 그곳이 그립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손예진(31)은 어떤 작품을 해도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손까지 예쁘다’는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장식했을 정도다. 이처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내던 그가 예쁜 모습을 쏙 빼고 영화 ‘공범’으로 돌아왔다.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에서 손예진은 유괴 살인사건 공소시효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아빠(김갑수)가 범죄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인한 의심을 시작하는 딸 다은 역을 맡았다.
손예진은 이번에도 신인감독과 손을 잡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지만 ‘백야행’ ‘오싹한 연애’ 등 신인 감독들의 입봉작과 인연이 깊다. 그 역시 영문을 모르겠지만 묘한 운명이라고 했다.
느낌이 강한 영화만큼 손예진은 끊임없이 감정을 토해내는 연기를 펼쳐야 했다. 사랑했던 가족을 잔인하리만큼 의심하는 연기는 어느 작품보다 어려웠다. 후반부에는 탈진을 해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을 만큼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그만큼 외롭기도 했다.
“촬영하며 참 많이 외로웠어요. 아빠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김갑수 선배에게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범죄자라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잖아요. 연기를 하며 감정이 무너지고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심지어 우울증까지 왔어요.”
함께 연기를 한 김갑수와의 만남도 빼놓지 않았다. 드라마 ‘연애시대’에 이어 두 번째 부녀지간이다. 손예진은 “드라마를 찍을 때 김갑수 선배님을 2~3번 만났지만 아버지라는 이유로 의지가 됐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갑수 선배님의 연기가 놀라웠어요. 말투 하나, 반응 하나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특히 선배님께서 ‘아빠한테 왜 그래?’하시며 눈물 한 방울을 뚝 떨어뜨릴 때 눈이 빨갛게 충혈 되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마음이 아프면서도 감탄했어요. 그래서 연기 비법을 알려달라고 조르니까 영업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주시는 거 있죠?(웃음)”
배우 손예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가족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손예진은 “34살이 되면 꼭 결혼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상형요? 끊임없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좋아요. 여자들은 대부분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말투에서 관심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 차이를 아는 남자가 좋더라고요. 참 어렵네요. 하하.”
손예진은 올해 ‘타워’부터 ‘공범’, ‘상어’ 그리고 ‘해적 : 바다로 간 해적’까지 다수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20대부터 꾸준한 활동을 했지만 그때는 일을 즐기지 못했다고 했다. 30대가 된 지금은 연기자로서 재미를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인생이 허무해질 때가 있죠. 저도 사람인데…. 배우를 안 했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도 하고요. 20대에는 일만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을 즐기지 못했어요. 늘 연기가 완벽하길 바랐죠. 제대로 안 나오면 잠도 못 자고 예민해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한계를 인정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제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으로 과거를 돌아볼 수 있으니 감사해요.”
현재 손예진은 영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촬영을 하고 있다. 요즘 액션스쿨에 들어가 와이어 액션과 무술을 배우며 카리스마 있는 해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평소 운동신경이 있는 그는 “운동을 꽤나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꾸 틀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액션을 많이 해야겠다”며 웃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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