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첩 속파내고 스마트폰 넣어 출퇴근길 치마 속 찍은 40대 입건
부동산임대업체 직원인 김모 씨(47)는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며 출근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마두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서 내린 뒤, 4419번 버스를 타고 강남구 대치동 직장으로 향한다. 김 씨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늘 왼손에 갤럭시S2 스마트폰을 들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오른손엔 검은 수첩을 들고 다닌다.
김 씨는 16일 오전 8시 20분경에도 변함없이 4419번 버스에 앉아 출근 중이었다. 늘 그렇듯 왼손엔 DMB를 튼 스마트폰을 들고 오른손엔 검은 수첩을 쥐고 있었다. 김 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수첩을 든 오른손을 좌석 옆에 서있던 여성의 치마 근처로 들이밀었다.
이를 지켜보다 수상히 여긴 서울 강남경찰서 성폭력전담수사팀 김용진 경장(31)이 김 씨의 수첩을 낚아채 열어 보니 안에는 갤럭시S3 스마트폰이 동영상 기능이 켜진 채 들어있었다. 수첩 속 종이는 스마트폰 크기로 파여 있었고 수첩 겉표지에는 아주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사진). 수첩을 가장한 몰래카메라였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최소 2개월 동안 일산과 강남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수첩 몰카’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찍어왔다. 김 씨의 범행은 매일 출근길 버스에서 수첩을 여성의 치마 근처로 들이미는 걸 수상히 여긴 20대 여성의 신고를 받고 잠복 수사한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막을 내렸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