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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부성애 연기, 배우로서 훌쩍 큰 느낌”

입력 | 2013-10-18 03:00:00

9월달 끝난 MBC ‘투윅스’서 어린 딸 위해 사투 벌인 아빠역 이준기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준기는 스스로에 대해 “빈 시간을 못 견디는 유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중순 서울을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 대도시를 순회하는 팬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처음엔 안 하겠다고 했어요. 결혼도 안 했는데 부성애 연기라니.”

지난달 말 종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 올 초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 이준기(31)는 거절했다. ‘살인 누명을 쓰고 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남자’라는 설정에서 지난해 화제작인 SBS ‘추적자’의 손현주가 떠올랐다. “(연기를) 잘해 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를 붙잡은 것은 소현경 작가(48·‘내 딸 서영이’ ‘찬란한 유산’)의 설득이었다.

“못하겠다는 말을 하러 간 자리였는데 4, 5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작가님이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들 거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움직였죠.”

촬영도 쉽지 않았다. 극중 도망자 신세이다 보니 야외촬영을 주로 했다. 3개월 동안 서울과 경기 일대는 물론이고 부산과 문경, 단양, 보은까지 전국을 돌아다녔다. 도주 장면과 격한 액션 장면을 찍으며 체력 소모가 컸지만 더 어려웠던 것은 감정 표현이었다.

“작가님이 ‘마침표 하나, 느낌표 하나, 띄어쓰기 하나하나 왜 했는지 한 번만 더 생각해 달라’고 하실 만큼 대본을 정확히 쓰세요. 전화 통화 하는 장면에서도 문장 토막마다 다른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자꾸 감정이 끊겨요. 전화 부스를 몇 번이나 주먹으로 쳤어요. 그 상황이 너무 어렵고, 나에게 화도 나고….”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까지 “제대로 연기한 건지 너무나 불안했다”는 그는 드라마 첫 회가 나간 후 시청자 반응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첫 회가 방송된 날 산꼭대기에서 야외 촬영하며 틈틈이 기사를 확인했어요. ‘이준기 부성애 연기 합격점’이라는 평을 보는데 심장이 터질 것처럼 기뻤어요.”

‘투윅스’는 배우들의 호연과 좋은 대본, 연출 덕에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쟁작인 SBS ‘주군의 태양’에 밀려 시청률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이준기는 “시청률은 아쉽지만 배우로서는 얻은 게 훨씬 많다”고 했다. “제 나이가 하이틴 스타라고 하기에도, 연기파 배우라고 하기에도 참 애매해요. 이번 작품은 제가 배우로 가는 길에 힘을 실어줬죠.”

생애 처음으로 아빠 연기를 하며 딸 수진 역의 이채미(7)와 특히 정이 많이 들었다. 그는 ‘투윅스’의 일등공신으로 이채미를 꼽았다. “제가 대사를 못 외워 버벅거리면 채미가 제 발을 툭 치면서 ‘감정 끊지 말고 이어서 하라’는 눈빛을 줘요. 채미는 진정한 여배우예요.”

너무 많은 감정을 쏟아낸 탓에 드라마가 끝난 뒤 한동안 “감정이 고장 난 것처럼” 허전했다는 이준기는 후속작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달달하고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연말에는 대대적인 한중일 팬미팅도 할 계획이다. 연애는 언제 하나.

“‘작품 끝나서 공허하다’는 얘길 자주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그건 작품 때문이 아니라, 연애를 못해서라고. 그러게 연애도 하긴 해야 할 텐데요. 하하.”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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