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3통약속 불이행, 영변 원자로 재가동 감안”… DMZ공원 추진도 보류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새 정부 대북사업의 두 축인 개성공단 국제화와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추진을 당분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개성공단 3통(통신·통행·통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상황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7일 “북한이 개성공단 3통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국제화는 추진할 수 없다”며 “기업 활동을 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외국 기업에 개성공단에 참여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열린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이탈리아 기업의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한 적이 있다. 다음 달 서유럽 순방 때도 주요국에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추가로 외국에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31일로 예정됐던 남북한 개성공단 공동 투자설명회 계획도 이미 무산됐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DMZ 공원 제안을 수용하면서 은근슬쩍 핵 문제를 넘어가려고 하는 생각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 핵 문제를 얼렁뚱땅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무산, 개성공단 3통 약속 불이행, 영변 원자로 재가동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최근 행보를 강하게 우려하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중국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 없이는 어떤 남북 사업도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며 “개성공단 국제화와 DMZ 공원이 무산되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북한”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