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이착륙 전투기 개발의 선발주자는 단연 영국이었다. 1960년 10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제트엔진의 노즐을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추력가변(Vectored Thrust) 방식으로 무장한 ‘해리어’ 시리즈 개발에 성공했다. 실전 배치는 그로부터 9년 후(後). 해리어의 진가는 1982년 영국이 1만3000km나 되는 바닷길로 원정에 나서 벌인 포클랜드 전쟁에서 확인됐다. 경(輕)항공모함에서도 자유자재로 이착륙하며 작전을 펼 수 있었던 시(sea)해리어의 활약에 아르헨티나의 ‘홈 코트’ 이점은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했다.
▷최근 대한항공이 개발한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KUS-TR)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프로펠러가 수직, 수평으로 전환되는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수직이착륙 무인기 모델이란다. 이미 오스프리라는 군용 수직이착륙기를 갖고 있고 각종 무인기를 다량 운용 중인 미국이 2006년 시험 단계의 추락사고로 개발을 중단했던 방식을 우리가 자체 기술로 성공시켰다는 게 놀랍다. 군사 강국인 러시아나 무인기 시장의 주요 2개국(G2) 이스라엘도 나가떨어진 분야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