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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여자들의 금기, 잘난 척

입력 | 2013-10-19 03:00:00


여성 사이에선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행위(일명 ‘잘난 척’)가 금기다. 사이좋게 지내야 하기 때문이겠지만, 잘난 척하다가 소외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면화된 데 따른 것으로도 보인다.

남성의 경우, 경쟁심 또는 이기심을 공공연하게 나타낼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잘난 척하는 여자 동료에 대한 여성들의 부정적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여성 간에는 뛰어난 측면을 지닌 동료가 ‘잔혹극의 희생자’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외모가 매력적이거나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거나 부러워할 만한 남자 친구를 둔 여성이 눈치 없이 자기 자랑을 할 경우 특히 위험이 커진다.

집단 공격은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그녀에 대한 동료들의 뒷담화를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하는 여성은 소통이 단절된 가운데 은근한 혹은 노골적인 따돌림에 둘러싸인다. 어느 순간 집요한 관심과 더불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동료들은 교묘하게 상처를 주는 말을, 주어를 생략한 채 주고받으며 그녀의 수치심 또는 열등감을 자극한다. 학교 교사들이 남자 아이들의 따돌림은 비교적 쉽게 적발해내는 반면, 여자 아이들의 따돌림은 잡아내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의 경쟁은 이처럼 남성의 그것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남성의 경우 정당하게 경쟁자를 뛰어넘으려고 하거나, 음모를 꾸며 경쟁자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한다. 반면 여성은 집단의 힘을 이용해 앞서가는 경쟁자를 공격한다. 게다가 공격의 목적 또한 경쟁자를 이겨내거나 자리를 빼앗으려는 의지가 아니다. 다만 누군가가 앞서 나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을 뿐이다.

상하의 수직적 관계에 익숙한 남성과 달리, 여성은 수평적이며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려는 속성을 지녔다. 이런 관점에선 자신의 강점을 자꾸 드러내어 수직적인 질서를 구축하려는 다른 여자의 잘난 척이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에겐 ‘소속 그룹’이 중요하다. 남들 눈에 돋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정그룹의 일원이 되어 호혜적 보살핌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고자 한다. 여성 그룹은 겉보기엔 밝고 화기애애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매우 배타적인 이중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포함’ 또는 ‘배제’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동질감을 느끼는 친구끼리는 자애로운 보살핌을 주고받으며, ‘재수 없는’ 동료는 따돌림으로 괴롭히는 힘이 그룹 짓기를 통해 나온다. 여성들은 수시로 바뀌는 그룹 멤버의 기분에 맞춰 스스로를 능수능란하게 변화시킨다. 그들의 기민한 눈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