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묵은 냉동닭 억지로 먹다보니 되레 몸무게 빠져”
“백숙이나 삼계탕을 제 돈 주고 먹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매운 음식 마니아죠. 닭갈비, 닭볶음탕은 없어서 못 먹고요.”
17일 오후 만난 배 PD는 ‘착한 삼계탕’ 편(9월 20일 방영) 취재 기간에 100그릇이 넘는 삼계탕을 먹었다고 했다. 하루에 세 끼씩 40일 정도 계속해서. ‘냉면 육수의 비밀’ 편 취재 때 냉면이 지겹다고 불평하던 시절이 그리울 지경이었다.
지난 초복 즈음해서 ‘착한 삼계탕’ 취재에 착수하며 배 PD가 세운 가설은 슬프게도 맞아떨어졌다. 초복부터 말복까지 엄청난 양의 닭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시중에는 유통기한이 몇 년씩 지난 냉동 닭이 대량으로 풀리고 있었다. 다른 취재는 순조로웠지만 불법 유통 업자를 직접 만나 화면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에 있는 닭 유통업자 100여 명을 전화나 대면으로 접촉했다. 배 PD는 “정부가 4대악 범죄(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척결을 선언한 뒤 식품 쪽에서 경찰이 제일 먼저 덮친 곳이 전국의 냉동 창고였다. 그 때문에 요즘 유통업자들의 경계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어 취재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경기 수원의 유통 창고 안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배 PD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동했다 재냉동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닭이 1만 마리 넘게 있었어요. 5월 한 달 치 거래명세 일부만 훑었는데도 수도권에만 이 업체와 거래하는 식당이 200∼300개는 족히 돼보였어요. 냉동 트럭을 4대나 보유하고 있었고….”
배 PD의 삼계탕 후유증은 여전해 보였다. “가족들과 한 달에 한 번씩은 가는 닭볶음탕집이 있어요. ‘삼계탕’ 편 방영 뒤 또 찾았는데 사장님이 TV에 나왔던 절 알아봤나 봐요. 한마디 하더군요. ‘방송… 잘 봤어요.’ 씁쓸한 미소를 날리며. 예전에 ‘착한 비빔밥’ 편 출연 뒤에 찾은 집 앞 단골식당 사장님의 반응도 비슷했죠.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여긴 (촬영하러) 오지 마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