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시아 3대 이니셔티브’ 제안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유라시아에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어 협력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해 “유라시아는 동서 냉전체제라는 현대사의 그늘로 인해 고립과 단절의 세월을 보내야 했지만 이제 ‘소통과 개방, 창조와 융합’의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新)유라시아 건설은 단순한 이상과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남북 철도 연결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유라시아 철도 연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2004년 총선,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지난해 대선 때까지 유라시아 철도 건설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공약이었다. 18일 발표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 대통령이 10년 넘게 구상해 온 유라시아를 향한 꿈의 종합판이다.
유라시아 단일시장은 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뛰어넘는 최대 규모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외교에 초점이 맞춰진 비전이라면 이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경제에 방점을 찍은 비전인 셈이다.
한국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의미도 강하다. 그동안 미국 일본 등 해양 중심의 발전을 해왔다면 이제는 대륙으로 눈을 돌리자는 것.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뚫리고, 유라시아 내 전력망 가스관 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가 연계되고, 중국의 셰일가스와 동시베리아의 석유 가스를 공동 개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로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 당장 물류비용 절감이나 원자재 가격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의 외교 역량을 한반도 너머로 확장해보자는 ‘미들파워(중견국)’ 외교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국가 정상 차원에서 유라시아의 단일시장을 제안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은 유라시아 협력의 걸림돌이다. 박 대통령도 “대부분의 협력 과제가 북한의 개혁 개방 없이는 풀어나가기 어려운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유라시아 병목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등 역외 국가와의 협조나 유라시아 단일시장의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 제기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