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특구’ 南빼고 단독플레이朴대통령 잇달아 비난… 대남공세 강화, 대북제재 속 외국기업 유치 실현 의문
북한이 18일 ‘해외 합작을 통한 개성 첨단기술개발구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은 최근 냉랭해진 남북관계를 의식한 특유의 전술이란 분석이 많다. 북한은 최근 신의주 남포 해주 등 6개 경제특구와 백두산 원산 칠보산 등 3개 관광특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지역에 특구 건설계획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달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던 금강산관광 협의 등이 무산된 뒤부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등을 동원해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대남 공세를 강화해왔다. 특히 이 공세에는 ‘한국의 협조는 더이상 필요 없다’는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10월 말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남북 합동 해외 투자설명회가 열릴 계획이었지만 북한은 15일 ‘현 시기에 부적절하다’며 이를 무산시켰다. 그 대신 다음 날인 16일 평양에서 캐나다 말레이시아 경제전문가를 초청해 독자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또 외국 기업과 단체의 특수경제지대 진출을 돕기 위한 ‘조선경제개발협회’도 조직했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이처럼 북한이 일종의 ‘대남 시위’를 하는 것은 14, 15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중 3국 경협 회의가 무산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북한은 이 회의에 참석해 ‘동북아지구 경제성장’에 관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한국 정부에서 남측 경제단체의 참석을 불허하는 바람에 행사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북한의 의도처럼 개성에 첨단 외국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현재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도 3통(통행, 통관, 통신)을 완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9월 말 한 독일 기업은 합작투자를 위해 개성공단 실사까지 마쳤지만 인터넷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진출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장비 물품은 전략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반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섬유산업도 제대로 못하는 북한이 첨단 산업을 할 여력이 있는지,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