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얼마 전 갓 스무 살을 넘긴 여성이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고등학생 때는 ‘여드름 대왕’이라고 불려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입사 면접을 앞둔 지금에는 걱정이라 했다. 얼굴 가득 퍼져 있는 여드름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여드름은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흔한 질환이다. 11∼30세의 75%가 경험한다. 털을 만드는 모낭벽 각질이 두꺼워져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면 여드름 균이 증식한다.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고 피부 장벽이 손상된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 담배, 고탄수화물·지방식품, 여성의 생리 주기가 여드름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분명 여드름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특히 혈기 왕성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탓에 스트레스가 더 크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넘을 수도 있다.
사춘기는 외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성격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따라서 청춘의 상징이라고 그냥 내버려둬도 안 되고 마구 짜내서도 안 된다. 의학적으로 보면 여드름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일 뿐이다. 더이상 청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적극적 치료로 벗어나야 할 질병이다.
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