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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與 온라인 선거팀” vs “불법취득 증거 효력 없어”

입력 | 2013-10-21 03:00:00

■ 檢 공소장 변경 신청-트윗글 놓고 충돌




민주당이 20일 국가정보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위터에 띄우거나 리트윗(재전송)했다는 글 5만5689건 가운데 일부를 공개함에 따라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부분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등 야당 대선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온라인 선거팀’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을 향해 강력한 공세를 예고했다.

○ 野, “문재인-안철수는 원색 비난, 박근혜는 적극 지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띄운 트위터 글 내용을 발표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팀장으로 있던 검찰의 국정원 댓글 의혹 특별수사팀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첨부한 범죄일람표를 분석한 것이다. 자료가 A4 용지 2200여 쪽이나 돼 의원들은 트위터 글이 게재된 날짜별로 나눠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때 인터넷 댓글이 1977개라고 발표됐던 것과 비교하면 또 다른 중대한 선거개입이 드러난 것”이라며 “지난 대선 때엔 여론이 인터넷보다 트위터의 영향을 더 받았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들이 대선 고비 때마다 집중적으로 야권을 비판하고 여권을 옹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몇몇 직원의 개인적 행동이 아니라 상부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 선거개입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야당 대선후보에 대한 글은 비방 성격으로, 매우 거칠었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북관은 종북을 넘어서 간첩 수준” “문재인 부친이 북괴 인민군 장교 출신” 등의 글을 직접 작성해 올렸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문 후보와 연결하려 한 내용도 있다. 직접 쓴 “문재인, 김대중, 노무현 죽음이 MB(이명박 전 대통령) 탓? 노환의 김대중과 수백억 뇌물혐의로 자살한 뇌물현의 죽음이 나랏님 탓? 노무현의 막말로 자살한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는 후안무치한 문죄인 같으니라고!”나 리트윗한 “문재인이 참여정부에서의 업적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노통이 자살한 것” 등이 그 사례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호남 지역을 잇달아 방문했을 때는 “안철수, 전라도 가서 ‘호남의 사위’라고 하지만 실상은 이솝우화의 박쥐”라는 원색적인 비난 글이 게재됐다. “대통령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촬스(안철수)나 재인(문재인)이가 대통령 할 바에 차라리 개나 소를 시키세요. 둘보다는 나을 겁니다” 등의 ‘인격살인’식 글(리트윗)도 있었다.

반면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근혜 후보 후원계좌 안내, 대선 승리로 가는 큰 힘이 됩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후원계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박정희가 독재자라고?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라며 새벽잠을 좀 일찍 깨웠다고 독재자라고 그러냐?”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내세운 것들도 많았다.

○ 새누리 “불법증거 효력 인정 불가”

새누리당은 공소장 변경 신청이 검찰 내부 법규를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 증거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이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인사조치(특별수사팀장 박탈)한 것은 관련 법규와 절차를 무시한 윤 지청장의 검찰권 남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임에도 민주당이 ‘검찰 죽이기’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1일로 예정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는 윤 지청장의 출석 여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서울고검 산하기관이다. 이춘석 의원은 “윤 지청장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증인 빼돌리기’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도 민주당 측이 ‘선거 개입을 한 트위터 글’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나 신문기사 등을 개인적으로 단순히 리트윗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반박했다. ‘NLL 무력화 비판=문재인 후보 반대’, ‘안철수(사퇴 이후) 테마주 폭락=안철수 후보 반대’ 등 특정 단어만 들어가도 이를 무리하게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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